두산은 최근 12경기에서 9승2패1무로 고공비행하고 있다. 그 비결은 두산 특유의 스피드, 발야구의 부활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두산은 최근 9경기에서 무려 20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경기당 평균 2개 이상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상대팀배터리를 그야말로 뒤흔들고 있다. 도루 실패는 3개 뿐으로 도루 성공률이 87.0%에 달한다. 그 중심에 바로 두산의 선봉장 이종욱(33)이 있다. 이 기간 동안 이종욱의 도루는 6개이며 실패는 없다.
특히 9일 대전 한화전에서 3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한화 배터리를 농락하다시피 했다. 이종욱의 1경기 3도루는 개인 통산 6번째인데 2008년 7월22일 대전 한화전 이후 무려 5년 만이었다. 2008년 당시 이종욱은 47도루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한창 달리고 또 달릴 때였다. 이후 도루 숫자가 많이 줄었지만 올해는 9일까지 도루 19개로 이 부문 공동 5위에 랭크돼 있다.

이종욱은 지난해 121경기에서 타율 2할4푼으로 데뷔 후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61경기에서 타율 3할2푼5리 3홈런 27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타율 전체 5위. 출루율도 3할8푼8리로 전체 1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0년(0.383)을 넘어서는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5월까지 36경기에서는 타율이 2할7푼4리였지만 6월 이후 25경기에서는 타율 3할9푼4리로 무려 4할 육박한다. 이에 대해 이종욱은 "크게 바뀐 건 없다. 마음 편하게 치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라며 "올해 도루가 늘어난 것도 출루를 많이 하고 있는 덕분"이라는 말로 타격 향상이 곧 도루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욱의 질주는 두산을 상징하던 발야구의 화려한 부활을 의미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 베이스 더 노리는 공격적 베이스러닝의 선두주자였던 두산은 그러나 지난해 팀 도루 116개로 이 부문 8개팀 중 6위에 그쳤다. 두산 특유의 발야구가 사라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종욱이 도루 21개에 그치며 활로를 찾아주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팀 도루 104개로 9개팀 중 가장 먼저 세 자릿수를 돌파했다. 시즌의 반환점을 넘어선 시점에서 이종욱이 지난해에 근접한 19도루로 발야구 부활의 선봉에 섰다. 이종욱이 살아나자 두산의 발야구가 힘을 받기 시작했고, 이는 또 성적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 나머지 팀들도 이제는 긴장을 타야 한다.
이종욱은 "우리팀은 전체가 마음껏 뛰어야 분위기가 사는 팀이다. 내가 먼저 앞장서겠다. 많이 뛰면서 분위기를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종욱이 마음 먹고 그라운드를 휘저으면 상대팀은 골치 아파진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그는 "지금은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그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며 두산 팀 성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종욱의 뜨거운 질주가 숨죽이던 두산의 심장을 살아 숨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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