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의 신작 '오로라 공주'는 초반 삐걱했다. 예상 외로 저조한 시청률과 쏟아지는 혹평들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역시 임성한은 영원히 임성한이었다. '오로라 공주'의 최근 시청률 상승과 눈에 띄게 늘어난 네티즌의 관심만 보더라도, 막장이라 욕할 순 있어도 막장이라 무시할 순 없는 임성한의 클래스는 지금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중이다.
임성한이 누군가. 김수현, 문영남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가들 중 그 인지도 면이나 전작들의 성적 면에서 다른 누구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스타 작가다. 그가 집필한 MBC '인어 아가씨', '보고 또 보고' 등을 단 한번도 보지 않은 이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임성한의 작품은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게다가 임성한이 지금까지도 고집해오고 있는 신인 배우 기용으로 장서희, 이다해, 임수향 등의 여배우들이 스타로 발돋움했다. 거두절미하고 임성한은 막장드라마의 포문을 연 장본인이다.
그러한 임성한에게도 '흑역사'는 존재한다. 언젠가부터 빙의, 무당과 같은 무속적인 소재를 극 속에 끌어들이더니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의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황당무계한 장면들은 개연성 없이 갑작스레 이어졌고, 시청자들은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장면들에 의문을 표했다. 대중적 장르인 TV 드라마로 등장하기엔 임성한의 세계관과 사상은 지나치게 독특했다. 또한 임성한은 남편인 故 손문권PD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한때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로 봤을 때 이 대목에서 임성한의 '대단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시청자들의 쏟아지는 혹평에도 '평범'해지는 것 대신 더욱 특이해지는 길을 택했다. 그의 이러한 고집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임성한이니까'라는 이유로 납득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제 임성한의 작품에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아버지가 등장해도 '임성한이니까'라는 이유로 모든 설명이 끝난다.
어찌됐든 임성한은 '오로라 공주'로 2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오로라 공주'는 신인 배우들의 출연, 임성한 작가의 신비주의, 가족극 등 임성한 작품의 원칙을 그대로 지킨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방솓 전부터 이번엔 어떤 인물이 눈에서 레이저를 쏠까에 많은 관심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뚜껑을 연 '오로라 공주'는 이러한 기대와 우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었다. 첫 회부터 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은 연신 임성한 작품의 다른 여주인공과 같은 말투로 설교를 해댔고, 남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는 누나들의 기도와 주문 속에서 잠들었다. 이 뿐 아니라 오로라가 애견 떡대의 사주를 보러가질 않나, 예능프로그램에나 등장할 법한 말풍선이 떡대의 속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아니나다를까 등장한 오대산(변희본 분)의 유체이탈과 영혼이 돼 나타난 오대산의 모습 등은 변하지 않은 '임성한 월드'를 선보였다. 방송 후 대중들의 많은 혹평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시청률도 경쟁작 SBS '못난이 주의보'에 1위를 내어줄 정도로 주춤세였다.

그러나 '오로라 공주'는 야금야금 서서히 팬층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특히 오로라의 집이 몰락한 후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의 밀당'이 시작되고 난 뒤부터는 일일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중년 여성 뿐 아니라 젊은 시청자들도 팬이라 자처하고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로라, 황마마, 설설희(서하준 분)의 삼각관계 전개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고, 초반 전혀 인기를 끌지 못했던 황마마 캐릭터는 매력적인 인물로 변신했다.
시청률도 상승세를 탔다. 2회부터 한 자릿수로 내려앉은 시청률은 두 자릿수를 다시 회복, 지난 2일 방송분에서는 1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기도 했다.
'오로라 공주'에는 무수히 많은 막장 전개와 소재들이 여전히 등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막장마저 중독성으로 바꿔놓는 임성한의 저력 또한 이 작품에서 너무나도 잘 드러나고 있다. 또한 대중과 소통하지 않는 그의 일방향적 작품 전개는 오히려 시청자들을 임성한에 맞추게끔 만들었다.
총 120부작으로 기획된 '오로라 공주'는 이제야 4분의 1 지점까지 왔다. '오로라 공주' 속 '임성한 월드'가 과연 어디까지 보여줄지, 임성한의 불패신화가 계속해서 이어질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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