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공주’ 인기, 막장 설정 때문만은 아냐?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7.10 07: 40

막장이라는 수식어는 어느 덧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극본 임성한 연출 김정호, 장준호)를 따라다니는 별명이 돼버렸다. ‘막장’이라 불리는 드라마는 일일극, 주말극 할 것 없이 많지만,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의 최고봉쯤으로 여겨지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오로라 공주’를 비롯한 임성한 작가 표 드라마들이 ‘막장’ 수식어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와 지나치게 특이한 설정들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주인공의 갑작스러운 유체이탈과 돌연사, 아버지의 죽음으로 갑작스럽게 쫄딱 망해버리는 재벌가 설정은 드라마의 흐름상 자연스럽지 않다는 평을 듣는다. 개가 말을 한다거나, 새 엄마가 딸에게 불륜의 방법을 코치하고, 누나들이 매일 남동생의 침대 주변에 모여 염불을 외운다거나 하는 설정은 혹여 가능한 일일지라도 너무나 특이해 역시 ‘막장’ 설정이라는 이름을 벗지 못한다.
그럼에도 더욱 특이한 점은 ‘오로라 공주’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사랑이 뜨겁다는 점이다. 보통 막장 드라마는 ‘욕 하며 본다’고 하지만, 이 드라마의 애청자들은 “보지 않았으면 막장이라 욕하지 말라”, “막장이 아니다. 너무 재미있다” 등의 반응으로 드라마를 두둔한다. '오로라 공주'의 평소 시청률은 10%대 초반이며, 지난 2일 방송된 31회는 13.8%(닐슨미디어 집계결과)의 시청률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이처럼 ‘오로라 공주’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다소 무리가 있는 설정들에도 불구, 이를 설득력 있게 그리는 캐릭터와 연기자들의 연기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속 인물들은 다 제각각 나름대로의 개성과 입체감이 뚜렷한 인물들이다. 애어른 같은 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와 까칠한 시스터보이 황마마(오창석 분)부터 오로라의 세 오빠, 황마마의 세 누나들, 심지어 다소 비중이 적은 둘째 누나 미몽(박해미 분)의 딸 노다지(백옥담)까지 누구 하나 일차원적이라 말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안정적이다. 때문에 '오로라 공주'에서는 개성 있는 인간 군상이 서로 부딪히고 반응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뿐만 아니라 스피디한 러브라인 전개도 ‘오로라 공주’의 장점이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그 무엇보다 두근거리는 로맨스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에 달려있다. 일부 드라마는 지루한 러브라인 전개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듣고는 한다. 그러나 '오로라 공주'의 경우 러브라인 진행이 빠른 편이다. 현재 오로라는 황마마 뿐 아니라 매니저 설설희(서하준 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 점점 더 오로라를 향해 감정을 느끼고 있는 설설희와 황마마의 삼각 러브라인은 막힘없이 진행돼 시청자들의 설렘을 자극하고 있다. 또한 오로라의 세 오빠들과 황마마의 세 누나들 역시 서로 인연을 쌓아가며 애초 드라마가 그리고자 하는 4겹 겹사돈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20대의 로맨스부터 중년의 로맨스까지 아우르는 풍족한 러브라인도 더불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아마도 '오로라 공주'가 '막장'이라는 이름을 벗는 것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오로라 공주'에게 막장 설정 보다 더 큰 뭔가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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