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익숙한 듯한 설정과 흐름인데 재미가 있다.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극본 권순규 이서윤, 연출 박성수 정대윤)가 지난 1일 첫 방송 이후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불의 여신 정이'는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사기장인 백파선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 설정부터 여주인공을 앞세운 것까지 여러모로 MBC 역대 최고 인기 사극 '대장금'을 비롯, '동이', '선덕여왕' 등의 인기 사극과 비슷하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주인공들의 인연이나 권력을 잡고 있는 라이벌 세력이 존재하고,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어떤 분야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등의 설정들이 판에 박은 듯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
그럼에도 '불의 여신 정이'가 비판이나 외면보다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먼저는 주인공 어린시절의 등장을 첫 번째 요인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사극 뿐 아니라 보통 인기 있는 드라마들은 주인공들의 어린시절부터 등장하는 게 기본적인 인기 패턴이다. 한국 시청자들은 유독 어린시절부터 시작되는 인연에 잘 몰입하고 마음을 열기 때문. '해를 품은 달'이나 현대극 '보고 싶다' 등의 드라마가 방송 초반 받은 주목으로 끝까지 인기몰이를 했던 것을 기억할 때 납득할 만 한 사실이다.

'불의 여신 정이'에서도 주인공 유정의 어린시절 진지희와 광해의 어린시절 노영학을 비롯해 박건태, 오승윤, 김지민, 이인성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아역들이 등장, 극의 초반을 이끌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역 배우들을 비롯한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 역시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여 초반 인기에 일조했다. 성인 연기자 못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주인공 진지희와 노영학을 비롯해, 선조 역의 정보석, 이강천 역의 전광렬, 문사승 역의 변희봉, 유을담 역의 이종원, 심종수 역의 성지루 등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방송에서는 괴팍한 듯 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선조를 연기한 정보석의 연기가 눈길을 끌었다.
현재 '불의 여신 정이'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아역들 뿐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성인 연기자들에 대한 기대감도 큰 것 또한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여전히 국민 여동생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문근영과 엄친아 이상윤이 사극에서 보여줄 남다른 호흡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은 것. 문근영의 경우 사극에 어울리는 단아하고 풋풋한 이미지가 더욱 큰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는 상황. 성인 연기자의 등장 이후에 현재의 인기 보다 더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지난 9일 방송된 '불의 여신 정이'에서는 아버지 유을담(이종원 분)을 구하기 위해 신문고를 두드려 선조(정보석 분)를 대면하는 어린 정이(진지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정이는 결국 부모를 향한 진심어린 마음으로 선조의 마음을 움직여 아버지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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