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이하 한국시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대형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애리조나 선발 이안 케네디가 루키 야시엘 푸이그의 얼굴에 공을 맞혔고, 다저스 선발투수인 잭 그레인키까지 맞혔기 때문이다. 감독까지 가세한 이 벤치 클리어링으로 두 팀은 앙숙이 됐다. 그리고 케네디는 이날 경기로 10경기 출장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벤치클리어링 이후 9일 두 팀은 한 달만에 다시 만났다. 당사자였던 그레인키는 이날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애리조나 타선을 완벽히 제압, 승리를 따내 복수에 성공했다. 그리고 양 팀 경기에서 서로를 위협하는 장면은 없었다. 그렇게 지난 경기의 기억은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당시 사건에서 또 한 명의 당사자였던 케네디가 있었다. 출장정지 처분 후 억울함을 호소했던 케네디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지난 일이다.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그렇지만 케네디는 1회부터 다저스 4번 타자 핸리 라미레스에 몸쪽 높은공을 던져 왼 팔뚝을 맞혔다.

라미레스는 공에 맞은 뒤 바로 1루에 나가지 않고 배트를 든 채 케네디를 응시했다. 그리고 마운드로 걸어가는 척하다가 천천히 1루로 향했다. 양 팀 더그아웃은 또 한 번의 벤치클리어링을 준비하는 듯했지만 라미레스가 그냥 1루로 걸어가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후 특별한 장면은 없었지만 지난달 얼굴에 공을 맞았던 푸이그는 당시 고통을 아직도 잊고 있지 않았다. 5회 무사 만루에서 아드리안 곤살레스의 중견수 뜬공을 애덤 이튼이 실책으로 놓쳤다. 2,3루 주자가 홈을 밟은 가운데 1루에 있던 푸이그는 스타트가 늦어 득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푸이그는 작정한 듯 홈으로 파고들어 공을 받고 기다리고 있던 애리조나 포수 미겔 몬테로와 정면 충돌했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플레이였지만 푸이그는 충돌 후 두 손으로 포수를 밀쳐냈다. 다분히 감정이 섞인 몸짓이었다. 푸이그의 도발에 몬테로는 '넌 안된다'는 듯이 푸이그를 향해 검지를 까딱거렸다.
이날 경기에서 결국 양 팀이 정면충돌하지는 않았지만 일촉즉발 상황까지 간 건 사실이다. 메이저리그는 시간이 지나도 갚아줄 원한이 있으면 확실히 갚는다. 때로는 해를 넘겨서까지 복수를 한다. 지구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팀이 앞으로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사진> 피닉스=곽영래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