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는 좀 괴롭혀도 돼요".
한화 외야수 정현석(29)은 지난 9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두산 외야수 민병헌(26)과 만났다. 정현석은 다가오는 민병헌에게 헤드락을 거는 등 장난을 쳤다. 민병헌도 웃음으로 장난을 받아들이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두 선수는 지난해까지 2년간 경찰청 야구단에서 함께 군복무했다.
입대 전까지만 해도 서로에 대해 잘 몰랐지만 같은 시기 경찰청에 들어가 2년간 함께 야구하며 친분이 두터워졌다. 요즘도 서로의 방망이를 주고받기도 한다. 정현석은 "병헌이는 좀 괴롭혀도 된다. 요즘 야구를 잘 하니까 괜찮다"며 흐뭇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민병헌은 올해 64경기에서 타율 3할9리 6홈런 31타점 17도루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유의 스피드와 강견은 물론 타격에서도 정확도와 장타력이 동시에 향상돼 두산 타선의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멤버로 자리 잡았다. 입대 전보다 모든 면에서 좋아졌다.
지난 2년간 민병헌을 곁에서 지켜본 정현석은 "그 전에는 병헌이가 어떤지 잘 몰랐다. 하지만 경찰청에서 함께 하면서 야구에 대한 자세가 진지했고, 스스로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었다. 올해 이렇게 잘하는 모습을 보니 형으로서 흐뭇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정현석도 경찰청에서 2년간 민병헌과 중심타선을 이뤄 2군 퓨처스리그 우승을 이끄는 등 눈에 띄게 기량이 향상되어 돌아왔다. 입대 전만 하더라도 왼손 투수 전문타자였지만 올해는 풀타임 주전급으로 뛰며 63경기에서 타율 2할7푼4리 1홈런 12타점을 올리며 한화 외야의 한 축으로 자랐다.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옮긴 뒤에는 투수 출신답게 강견으로 주자들을 움찔하게 만들곤 한다.
시즌 전 스스로 목표한 1군 풀타임 목표도 이뤄가고 있다. 그러나 정현석은 "나는 아직 멀었다. 이것 갖고는 안 된다. 적어도 병헌이 만큼 해야 잘 한다고 할 수있는 것"이라고 손사래쳤다. 후배 민병헌의 활약을 보면 흐뭇한 마음도 들지만 그만큼 잘하고 싶은 게 정현석의 속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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