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민·전광렬, 이런 악역 또 없습니다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07.10 16: 50

최근 MBC 드라마에는 전광렬과 박상민, 두 명의 배우가 묵직한 존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악역을 두 작품 연달아 맡은 이들은 흡입력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욕 먹는 일에 누구보다 익숙해졌을 법한 전광렬과 박상민은 존재감 200%의 말이 필요없는 악역이다.
전광렬은 지난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월홤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에서 이강천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이강천은 극중 정이(진지희/ 문근영 분)의 아버지인 유을담(이종원 분)을 시기 질투해 갖가지 계략으로 그를 궁에서 쫓아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사건건 유을담에 대한 악의를 드러내며 사건을 꾸미는 인물.
'불의 여신 정이'에는 많은 조정 관료들, 임해 등의 악역들이 존재하지만 역시나 그 중 '원톱'이라 불릴만한 이는 이강천이다. 전광렬은 신비하게도 이강천 역에 딱 들어맞는다. 과거 드라마 '허준'의 허준으로 기억되고 있는 그는 언제 정의로운 의술을 펼쳤냐는 듯 거침없이 악행을 저지르고 악랄한 시기를 일삼는다. 온화한 외모를 가진 전광렬은 이강천의 옷을 입고 180도 변신, 보는 이에게 놀라움을 준다.

전광렬의 치 떨리도록 독한 악역 연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앞서 전작인 MBC '빛과 그림자'에서도 비열하기 짝이 없는 장철환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허준에게 이토록 비열한 웃음과 폭력성이 숨어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20%를 넘어서는 자체최고시청률로 성공적으로 종영한 '빛과 그림자'에서 전광렬은 64부작이라는 긴 호흡 동안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치 않고 극을 이끌었다.
평일드라마에 전광렬이 있다면 주말드라마에는 박상민이 있다. 이 잘생긴 배우는 SBS '돈의 화신'에 이어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하 '스캔들')에서 그야말로 악마 같은 인물 장태하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장태하는 재벌 총수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다른 이의 목숨정도는 쉽게 생각하는 극적인 인물. 특히 부실 공사로 점차 무너져가는 건물을 보면서도 오히려 피해자로 둔갑할 계획을 세운 뒤 큰 소리로 웃는 장면에서는 브라운관을 타고 시청자들에게 소름과 전율을 선사할 정도였다.
또한 박상민의 악역 연기가 특별히 대단한 이유는 그가 하명근(조재현 분)의 아들이 죽는 것을 그냥 지켜보면서도 자신의 아들에게는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는 한 쪽에서는 차갑고 비열한 사업가, 또 다른 쪽에서는 아들을 잃고 떨리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아버지의 모습을 한 작품에서 동시에 선보인다.
전광렬의 경우와 같이 박상민 또한 '돈의 화신'에서 세상 어디에도 없을 악마적인 인물 지세광으로 분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지세광은 겉으로는 정의의 검사이지만 그 속내는 너무나도 검기 짝이없는 인물. 박상민은 '돈의 화신'과 '스캔들' 모두 이중적인 면모를 지닌 악역을 탁월히 표현해내며 '악역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앞서 박상민은 '돈의 화신' 제작발표회 당시 "드라마를 통해 욕을 많이 먹는 것이 목표"라며 악역 연기에 임하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의 장난기 섞인 각오처럼 지금 이순간도 시청자들의 '욕을 먹기 위해' 열연하고 있는 두 악역 배우들이 또 어떤 모습으로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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