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1부리그) 강호 인천 유나이티드가 연장 혈투 끝에 챌린지(2부리그) 올스타 상주 상무를 물리치고 사상 첫 FA컵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인천은 10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16강전서 후반 4분 터진 찌아고의 선제골과 연장 후반 3분에 터진 남준재의 천금 결승골에 힘입어 후반 28분 하태균이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상주를 2-1로 제압하고 8강에 진출했다.
관심이 모아지는 빅매치였다. 인천은 후반기 들어 1승 1무 1패로 주춤하고 있었지만 클래식 4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꾸준한 전력을 자랑하는 팀이었다. 상주도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팀으로 경찰청에 이어 챌린지 2위, 최근 4연승을 달리고 있던 팀. 백중세가 예상됐다.

앞서 지난 주말 리그를 치른 양 팀은 사뭇 다른 선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천은 설기현 찌아고 손대호 문상윤 최종환 이효균 등이 선발 출격했지만 부상으로 빠진 이천수를 비롯해 '캡틴' 김남일, '슈퍼루키' 이석현, 남준재 한교원 구본상 이윤표 안재준 박태민 등이 벤치에서 대기했다. 1.5군에 미치지 못하는 선발 라인업이었다.
반면 상주는 사실상 1군에 가까운 선발 라인업을 가동했다. 이근호 이승현 이상호 이호 김형일 이재성 최철순 등 주축 선수들을 대거 내보냈다. 하태균 김재성 정훈 이상협 백지훈 등은 벤치에서 출격을 기다렸다.
전반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다. 중원에서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졌다. 원정팀 상주가 먼저 기회를 잡았다. 전반 5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상호가 이근호의 크로스를 받아 오버헤드킥을 날렸지만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전반 9분 이호의 중거리 슈팅도 골대 안으로 향했지만 인천의 손대호가 몸을 던져 막아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세가 오른 상주는 전반 22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이승현이 왼발 하프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권정혁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인천도 반격에 나섰다. 3분 뒤 역습 찬스에서 찌아고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잠시 뒤 찌아고의 오른발이 다시 한 번 번뜩였지만 이번에는 수비 몸에 맞고 굴절되며 아쉬움을 삼켰다.
상주는 전반 37분 이근호의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이상호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침착하게 돌려세운 뒤 왼발 터닝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가기 직전 권정혁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후반 4분 인천이 기습적인 선제골을 터트렸다. 상주 수비의 실수를 틈 탄 찌아고가 오른쪽 측면을 허문 뒤 각도가 없는 곳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상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상주는 후반 7분 하성민을 빼고 김재성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3분 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이상호가 뒤로 흘려줬고, 하태균이 수비수의 방해를 받지 않고 회심의 왼발 슈팅을 때렸지만 골대를 비껴가며 무위에 그쳤다.
인천은 선제골의 주인공 찌아고의 오른쪽 돌파를 앞세워 상주의 골문을 줄기차게 노렸다. 상주의 수비수들은 찌아고의 스피드를 제어하기 위해 2명이 협력 수비를 펼쳤지만 적잖이 애를 먹었다. 인천은 3분 뒤 찌아고의 오른쪽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이효균이 각도가 없는 곳에서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외면했다.
후반 28분 상주의 만회골이 터져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왔고 하태균이 지체없이 머리로 헤딩 동점골을 터트렸다. 기세가 오른 상주는 후반 32분 고재성의 빨랫줄 같은 왼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며 인천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인천은 김재웅과 이효균을 빼고 이석현과 디오고를 투입하며 칼을 빼들었다. 기회는 바로 찾아왔다. 디오고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찌아고가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인천은 종료 8분을 남기고 주장 완장을 찬 설기현 대신 남준재를 넣으며 마지막 발톱을 드러냈다.
상주는 종료 6분을 남기고 절호의 역전 기회를 잡았다. 하태균이 전준형과 몸싸움에서 이겨낸 뒤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잡았지만 오른발 슈팅이 권정혁 골키퍼의 손에 스쳤다.
승부는 결국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상주는 연장 전반 5분 이상호의 크로스를 하태균이 문전으로 쇄도하며 발을 갖다댔지만 인천의 수비에 막혔다. 인천도 이석현의 두 차례 중거리 슈팅이 모두 골대를 벗어났다.
연장 후반 3분 남준재의 천금 결승골이 나왔다.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남준재는 공을 잡아 지체없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상주의 골대 구석을 갈랐다.
상주는 종료 직전까지 이상협을 앞세워 줄기차게 인천의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결국 인천은 한 골 차의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치열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 10일 전적
▲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2 (0-0 2-1) 1 상주 상무
△ 득점=후 4 찌아고 연후 3 남준재(이상 인천) 후 28 하태균(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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