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악몽' 김영권, '은사' 홍명보 실수 되새겨라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7.11 11: 58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의 애제자 김영권(23, 광저우)이 예상대로 홍명보호 1기에 승선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1일 파주 NF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0일부터 국내에서 열리는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 출전할 23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김영권은 홍정호 등과 함께 홍명보호 1기에 이름을 올렸다.
아픔을 떨쳐낼 절호의 기회다. 김영권은 지난달 18일 이란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서 패배의 장본인이 됐다. 후반 15분 수비 진영에서 볼 트래핑을 실수해 레자 구찬네자드에게 결승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에 골득실을 앞서며 가까스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지만 분명 원하던 마침표는 아니었다. 이날 패배로 A대표팀에 등을 돌린 팬들도 적잖았다. 김영권은 수많은 팬들의 악플 세례도 받았다. 그에겐 두고두고 트라우마가 될법한 악몽 같은 경기였다.
새 출발선이다. 마음가짐을 새로 다잡아야 할 시점이다. 김영권은 명실공히 한국 축구의 차세대 중앙 수비수다. 풋살 국가대표 출신답게 현대 축구의 중앙 수비수에게 요하는 세밀함과 빌드업 능력을 갖고 있다. 제공권과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하는 탄탄한 수비는 기본이다.
가진 기량을 오롯이 발휘하기 위해선 지난 과오를 잊어야 한다. '은사' 홍명보 감독의 실수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홍 감독도 김영권과 마찬가지로 뼈아픈 기억이 있다. 꼭 11년 전 일이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터키와 3-4위전서 선제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아크 서클 근처에서 볼을 빼앗겨 전반 11초 만에 하칸 수쿠르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2-3으로 패해 4위에 머물렀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감독은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수비수다. 1990, 1994, 1998, 2002 월드컵에 4회 연속 출전했다. 2002년 주장 완장을 차고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그런 홍 감독도 월드컵 3-4위전이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패배의 장본인이 됐다. 김영권으로서는 스승의 실수를 기억하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
김영권은 동아시안컵에서 홍명보호의 중앙 수비수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권은 지난해 여름 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일등공신이었다. 우즈베키스탄과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서도 날카로운 크로스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동아시안컵과 나아가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한국의 뒷마당을 책임질 0순위 후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부디 김영권이 이란전서 마신 쓴약이 보약이 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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