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베테랑' 이병규·박용택, 달라진 LG를 말하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7.11 06: 21

올 시즌 LG 덕아웃은 어느 팀보다 분주하다. 공수교대마다 주장 이병규(9번)와 박용택 등 고참 선수들이 꾸준히 후배들과 조언을 주고받는다. 상대 선발투수의 투구에 대한 것은 물론, 퀵모션이나 수비 위치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10일 잠실 NC전도 그랬다. 이날 LG 타선은 이전 선발 등판 4경기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77로 전성기 모습을 되찾은 에이스 손민한을 상대했다. 그리고 LG 타자들은 틈틈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리드오프로 출장한 박용택은 “오랜만에 민한 선배의 공을 봤는데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제구력과 변화구가 매우 뛰어나다는 말이 있었는데 실상은 정통파 투수 그 자체였다”며 “직구가 2000년대 중반 때의 그것이었다. 정말 구위가 좋더라. 첫 이닝에 타자들 모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준비했던 방법으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빨리 승부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밝혔다.

실제로 손민한은 이날 던진 90개의 공 중 포심 패스트볼이 48개·투심 패스트볼이 3개로 패스트볼 비율이 50%를 훌쩍 넘었다. 구속도 최고 144km까지 나오며 경기 초반에는 공에 힘이 있었다. 포심 패스트볼의 스트라이크 비율 또한 손민한답게 65%에 가까웠다.   
박용택의 말처럼 LG는 타선이 한 바퀴를 돌 때 쯤 손민한의 투구 리듬에 맞춰서 빠르게 승부를 걸었다. 경기를 뒤집은 3회말 9번 타자 오지환부터 5번 타자 이병규(9번)까지 6명의 타자 모두 3구 이내에 승부를 봤다. 결국 오지환 박용택 이병규(7번)가 3연속 안타로 1-1 동점을 만들었고 무사 1, 2루에서 이진영의 1루 땅볼과 정의윤의 2루 땅볼로 2-1로 역전했다.
물론 지난 시즌까지의 LG가 전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 보다 충실해졌고 경기를 임하는 집중력 또한 올해 더 높아졌다. LG 김기태 감독은 “몇몇 베테랑 선수의 경우, 하위 타순에 자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타순에 맞는 역할을 해준다.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는데 팀을 생각해줘서 고맙다. 이런 게 우리 팀의 장점이자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한다.
주장 이병규(9번)는 지명타자로 출장 시 수비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동료들을 향해 적극적으로 하이파이브에 나선다. 이병규는 “최근 내가 잘 맞고 있으니까 다음 공격 때 좋은 기운을 동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그래서 자주 덕아웃에서 나와 하이파이브를 시도한다”고 밝혔다.
물론 팀 전력이 향상된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박용택은 “야구는 결국 투수싸움이다. 사실 야수는 누군가가 지치면 하루 쉬고 다른 사람이 나와 어느 정도는 메울 수 있다. 그러나 투수는 다르다”며 “지난 주말 넥센과 3연전은 우리 투수들이 쉬지 않고 달려온 탓에 좀 지친 타이밍이었다. 근데 이제 다시 올라왔다. 선발 불펜 가릴 것 없이 올해 우리 투수진은 정말 강하다”고 높아진 마운드가 승리를 불러오고 있다고 했다. LG 투수진은 6월초부터 평균자책점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최근 몇 년 동안은 상상도 못했던 마운드 왕국을 향한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 또한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박용택은 “넥센에 3연패 당하긴 했지만 지는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 우리가 실책하고 실수하면서 자멸하는 내용이었다면 분위기가 다운됐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시즌 중 질수 있는 시기에 졌다고 생각했고 동료들과 다시 잘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지난 주말 3연전을 팀 분위기를 돌아봤다. 
이병규는 주장으로서 팀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앞장섰다. 이병규는 “3연전 중 첫 두 경기를 지고 나서 ‘세 번째 경기는 져도 된다.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 했었다. 실제로 소모 없이 잘 졌다”며 “이후 이번주중 3연전을 가져갔다. 3연패를 당한 게 우리 모두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 거 같다. ‘우리도 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게 했다. 초심으로 돌아와 ‘즐기자’고 다시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병규는 “이제 우리 팀은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 이기는 법도 안다”며 “이기기 위해선 26명이 다 책임감을 갖고 잘해야 한다. 내가 주장이라고 나 혼자 안타치고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동료들에게 항상 26명이 함께 가자고 한다. 경기에 나가는 사람들은 나가서 잘하고 안 나가는 사람들은 나간 사람들 위해 파이팅해주자고 한다. 모두가 ‘한 배를 탔다’는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나된 LG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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