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난 사람이고, 내가 한 이야기도 아닌데 사람들은 모두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믿는다. 말 안하고 있는 것이 협회는 물론 홍(명보) 감독과 기성용 모두를 돕는 일일 것."
1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16강전 울산 현대와 경기를 앞두고 만난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기성용(24, 스완지 시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허허 웃었다. 같은 날 대한축구협회는 SNS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성용에게 징계 대신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번 일로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사람은 최 감독이다. 4일 기성용의 비밀 SNS 계정이 공개가 되면서 최 감독을 향한 그의 조롱 섞인 말들이 세상에 알려졌고 기성용은 5일 그의 에이전트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9일 비밀 SNS에 새 글과 사진을 게재하면서 꺼져가던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팬들의 비난에 기성용은 이 계정을 곧 삭제했다.

하지만 분란의 소지는 여전했다. 대표팀에 있어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당사자인 최 감독 본인은 기성용의 SNS 활동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친한 선수들끼리는 충분히 SNS에서 표현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도 숨어서 뒷담화를 하지 않냐"면서도 "단지 공인이라는 점에서 아쉬울 뿐이다. 똑같은 행동과 말도 자신의 위치와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 연예인이 말을 한 번 잘못해도 사회에서 매장당하듯 불이익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당일 축구협회는 허정무 부회장의 말을 빌어 "기성용이 사과를 했고 최 감독도 받아들였다. SNS 사태는 처음 있는 일이라 애매했다. 징계할 만한 명분이 없었다"며 이번를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최 감독 역시 대한축구협회의 대처에 따를 입장이다.
최 감독은 "기성용을 미워한 적도 없다. 만약 미워했다면 내 스타일대로 틀 안에 가두든 혹은 내치든 했을 것"이라며 "미워한 적도 없고 싸운 적도 없다"고 이번 불화설에 대해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최 감독이 축구협회의 의사를 받아들여 넓은 아량으로 이번 사건을 마무리했다해도 치기어린 기성용의 행동까지 받아들여질 일은 아니다. 기성용은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입장에서 일년 육개월 간 더 많은 개선점을 깨닫고 왔다는 최 감독의 말이 시사하는 점은 내외적인 부분을 통틀어 바로 이런 부분을 뜻하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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