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에 동맹까지…MLB 올스타, KBO와 다를 바 없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7.11 06: 13

한국 프로야구(KBO)에서 최근 몇 년동안 올스타 선수 선정을 놓고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현장투표를 아예 없앤 올해는 모든 올스타전 투표를 인터넷, 혹은 모바일 휴대폰을 통해 하도록 유도했고 특정구단에 몰표가 쏟아지면서 한 구단이 올스타를 싹쓸이하는 모습까지 나왔다.
작년에는 롯데가 이스턴리그를 휩쓸어 전원 올스타에 선정됐다면, 올해는 LG가 웨스턴리그를 평정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엇나간 팬심'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스타 플레이어를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해 보고 싶어하는 팬의 열망을 손가락질해선 안 된다. 현행 올스타 선정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올스타 선정 과정에 있어서도 한국과 유사한 모습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MLB 올스타전은 한국보다 훨씬 큰 권위를 가진다. 올스타에 선정되는 걸 마치 하나의 수상실적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때문에 KBO에서 '골든글러브 수상 몇 회'라고 말하는 것처럼 MLB에서는 '올스타 선정 몇 회'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크게 MLB 올스타전은 4월부터 시작되는 팬투표, 그리고 7월 발표되는 감독추천 선수와 코칭스태프·선수단 투표, 마지막으로 각 리그당 한 명씩 뽑은 최종투표(Final vote)로 진행된다. 현재는 최종투표가 한창 진행 중이다. 각 리그별로 5명의 후보가 선정된 최종투표는 MLB 홈페이지 클릭, 그리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투표가 가능한데 하루에 한 사람이 수 백번 투표를 할 수 있다. 오로지 팬들의 충성심을 확인하는 투표인 셈이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스티븐 델라바(토론토), 우에하라 고지(보스턴), 데이비드 로버트슨(뉴욕 양키스), 호아킨 베노아(디트로이트), 태너 셰퍼스(텍사스) 등 투수 5명이 최종투표 명단에 올라왔고, 내셔널리그는 프레디 프리먼(애틀랜타), 야시엘 푸이그(다저스), 헌터 펜스(샌프란시스코), 이안 데스몬드(워싱턴), 아드리안 곤살레스(다저스) 등 야수 5명이 후보다.
 
이 가운데 푸이그는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화제의 인물이다. 올스타 감독추천 여부를 놓고 미국 야구계가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결국 최종투표까지 밀렸는데 현재 최종투표에서 2위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다저스는 온갖 방법을 써서 푸이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료선수, 선수의 가족, LA 레이커스가 '푸이그에게 한 표'를 외치고 있고, 심지어는 함께 최종투표 후보에 오른 곤살레스까지 여기에 가세, 후보 단일화까지 이뤘다.
후보 단일화,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보던 장면이다. 2011년 KBO MVP를 놓고 윤석민(KIA)과 최형우, 그리고 오승환(이상 삼성)이 후보에 올랐었다. 당시 오승환은 표가 갈릴 것을 우려, 후보에서 사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었지만 결국 투수 4관왕을 차지한 윤석민에게 MVP가 돌아갔다.
심지어 구단끼리 동맹을 맺기도 했다. 다저스는 아메리칸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와 동맹을 맺었다. 레드삭스 역시 최종투표에 우에하라 고지를 후보로 올렸는데 현재 2위를 기록 중이다. 함께 1위탈환을 노리는 구단끼리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다저스와 레드삭스는 트위터를 통해 두 구단의 '동맹 체결'을 알리며 팬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이 장면 역시 한국 올스타전 투표에서 한 번 봤던 장면이다. 작년 올스타전 투표 과정에서 롯데 팬과 LG 팬은 대형 야구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동맹을 맺었다. 서로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이스턴리그와 웨스턴리그에 속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 표가 급한 다저스는 한국 팬들에게까지 'SOS'를 날리고 있다. 한글로 '푸이그 올스타전 보내주세요'라고 트위터를 통해 멘션을 날린 것이다. 단일화에 동맹 체결까지, 세계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팬들의 마음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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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레드삭스 트위터에 올라 온 다저스와의 동맹 소식. (아래) 피닉스=곽영래 기자,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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