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7일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서 당선된 정몽규 신임 회장은 취임식을 가졌다. 정 회장은 '정몽규 체재'의 출발을 알리며 "대한민국의 축구는 몇몇 개인의 재능이나 노력으로 영광을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승리에 대한 굴하지 않는 도전으로 일궈낸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밝혔다.
또 정몽규 회장은 "더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변화하는 축구협회가 될 것"이라며 "모두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얘기하는 오늘이지만, 어두운 과거도 뒤돌아봐야 한다. 여러분 모두 소중한 조언자가 돼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SNS를 통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혀 물의를 일으킨 기성용 선수의 건과 관련하여 국가대표선수의 관리와 관련된 본회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겸허히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물의를 일으킨 기성용은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혀 왔으며, 국가대표팀에 대한 공헌과 그 업적을 고려하여, 협회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하되, 징계위원회 회부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기성용 사과의 진정성 여부는 본인이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기 때문에 협회는 그 부분에 대해 받아들이는 입장"이라며 "최강희 전 축구 대표팀 감독님도 직간접적으로 사과를 받아 주는 형식의 발언을 했다. 우리는 그 문제보다는 협회의 선수 관리 미흡과 책임을 지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을 표시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논의가 많이 진행이 돼 왔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 발표 중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국가대표팀에 대한 공헌과 그 업적을 고려하여, 협회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하되, 징계위원회 회부는 하지 않기로 했다'라는 부분이다. 선수가 잘못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능력이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몽규 회장이 취임일성으로 발표한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부분이다. 정 회장은 개인의 재능이나 영광으로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응원이 더해져야 한국 축구의 미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징계는 허정무 부회장 중심으로 이뤄졌다. 8강 진출의 영광을 일궈낸 자리에 함께 했던 허 부회장이 국내에서 있지 않은 관계로 축구협회는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선수단을 총괄하는 허정무 부회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허 부회장이 돌아오자 일은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물론 최종재가는 정 회장이 결정했다.
'엄중경고'라는 축구협회의 결정에 대해 비난의 화살이 날아 오는 가운데서도 축구협회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특히 허 부회장은 10일 성남에서 취재진과 만나 기성용의 경고 내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기성용이 한국에 입국했을 때 최강희 감독에게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를 한다고 했다"는 말이다.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 막연하다.
정몽규 회장이 축구인의 어른으로 함께 시작한 허정무 부회장과의 호흡이 잘맞는지 모르겠다. 정 회장의 취임일성에 비추어 허 부회장의 말은 맞아 떨어지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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