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파주NFC에서 열린 기자회견. 기성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홍명보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기성용의 잘못에 대해 책임과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 생각한다. 기성용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스승에게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다. 기성용은 바깥 세상과의 소통보다 부족한 내면 세계의 공간을 넓히길 바란다"고 따끔한 충고를 했다.
이어 홍 감독은 "기성용은 이번 조치에 대해서 결코 가볍게 생각해선 안될 것이다. 축구에서 '옐로 카드'가 어떤 의미인지 잘 판단하라. 앞으로 주의 깊게 관찰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선수 선발 원칙은 이와 별개다. 밝혀왔던 대로 ‘원 팀’의 기준에 입각해 판단하겠다. 분명한 것은 선수의 기량은 선발 기준의 하나"라고 말했다.
기성용은 지인들과 사용하던 비밀 SNS 계정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을 향해 조롱 섞인 내용의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에이전트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9일에는 비밀 페이스북에 글을 다시 올렸다가 팬들의 비난에 계정을 탈퇴했다.

설상가상 협회는 능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기성용에 대해 '엄중경고'로 모든 문제를 마무리 했다. 축구협회 발표 중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국가대표팀에 대한 공헌과 그 업적을 고려하여, 협회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하되, 징계위원회 회부는 하지 않기로 했다'라는 부분이다. 선수가 잘못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능력이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엄중경고'라는 결정에 대해 비난의 화살이 날아 오는 가운데서도 축구협회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특히 허 부회장은 10일 성남에서 취재진과 만나 기성용의 경고 내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기성용이 한국에 입국했을 때 최강희 감독에게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를 한다고 했다"는 말이다.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 막연하다.
그러나 홍 감독은 선수에 대한 경고와 함께 축구협회의 불완전한 결정을 보완했다. 대표팀 감독으로 쉽지 않은 자리지만 공식 행보를 통해 모든 문제를 불식시키는데 성공했다. 물론 축구협회와 조율이 있었겠지만 분명 홍 감독으로서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 홍명보 감독은 기성용 문제에 이어 대표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내놓았다. 기성용 파문처럼 땅에 떨어진 국가대표팀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찾겠다는 말이다.
이는 정몽규 회장이 취임일성으로 "대한민국의 축구는 몇몇 개인의 재능이나 노력으로 영광을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승리에 대한 굴하지 않는 도전으로 일궈낸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밝힌 것과 같다. 부회장단이 결정한 '엄중경고'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물론 홍 감독도 답답한 심정은 드러냈다. 홍명보 감독은 "솔직히 대표팀을 시작하기도 전에 여러 문제가 나와서 피곤하다. 하지만 시작 전에 문제점이 나온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런 문제가 중요한 시기에 나오는 것보다 일찍 나와 털고 나갈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카운터 펀치를 날리며 시작했다. 축구협회가 해내지 못한 문제를 감독이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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