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1세대 아이돌 그룹 멤버들로 구성된 핫젝갓알지가 정겨운 추억담으로 예능계의 블루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케이블채널 QTV ‘20세기 미소년’을 통해 결성된 핫젝갓알지는 지난 6월 KBS 2TV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전설의 무대를 재연해 전성기 시절의 환호를 받은데 이어, 11일 방송된 KBS 2TV ‘해피투게더’에서는 1세대 아이돌의 무대 뒤 모습을 폭로하며 입담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의 추억담으로 지나간 시절을 대하는 멤버들의 쿨한 태도로 유쾌하게 가공될 수 있었다. 지나친 신비주의에 빠져 화장실 가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여의도 방송국에 있다가 등촌동 화장실을 이용한 예나, 헤어메이크업을 완성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기를 볼 수 없다고 우겨 당시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이었던 ‘육아일기’를 다른 팀에게 넘긴 일화는 가장 뜨거웠던 시절을 거쳐 객관적으로 변한 이들의 시선만으로도 예능의 소재 그 자체가 됐다.

열광적인 팬덤의 주인공이었지만 그러면서도 속속들이 등장하는 새로운 아이돌의 모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안 그런 척 했지만 이른바 비주얼 쇼크를 선사하는 새 그룹과 멤버들에 의기소침 했다는 이들의 고백은 당연한 것이면서도 너무 지질한 전직 '10대들의 우상' 핫젝갓알지의 정겨운 초상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데뷔해 또래들의 우상으로 떠오르며 아이돌 시대의 포문을 열었던 만큼 자의식은 충만했지만 동시에 과하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로 인해 부작용이 생겼고, 이제는 30대가 되어 당시 겪은 민망했던 과거를 오히려 과장해 실토할 만큼 여유를 갖추기도 했다.
그래서 핫젝갓알지의 이 같은 모습은 이제 어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일정 수준의 웃음을 뽑아낸다는 믿음을 준다. 다소 겹치는 소재도 있지만 전설의 1세대 아이돌은 캐도 캐도 즐거운 예능의 황금맥이다.
sunh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