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에 대한 혹평, 그 역설적 의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12 05: 59

류현진(26, LA 다저스)이 부진한 투구로 시즌 8승 사냥에 실패했다. 이를 바라보는 현지의 시선도 차가웠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류현진이 얼마나 뛰어난 전반기를 보냈는지를 상징하고 있다. 이제 류현진은 당연히 잘 던져야 하는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타선 지원 덕에 패전은 면했지만 전반적인 투구 내용은 올 시즌 최악에 가까웠다. 몸이 무거운 듯 구속과 제구가 모두 이전 경기보다 못했다. 8경기째 이어왔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행진도 아쉽게 끊겼다.
미 언론들도 이런 류현진에 박한 평가를 내렸다. 지역 내 최대 언론인 LA 타임스와 전국단위 매체인 ESPN은 나란히 “올 시즌 최악의 피칭”이라고 단언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상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SI는 “18경기 중 류현진이 6이닝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지적했다. ESPN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그간의 호평에 비하면 온도는 꽤 차가웠다.

사실 투수가 한 시즌을 모두 좋은 컨디션에서 던질 수는 없다.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다. 여기에 5이닝 5실점이 ‘완전히 무너졌다’라는 생각이 드는 성적은 아니다. 특급 선수들도 1년에 1~2번 정도는 받아들이는 성적이다. 실제 사이영상 출신의 팀 동료 잭 그레인키는 올 시즌 5자책점 이상의 경기가 세 차례나 된다. 특급 투수들로 분류되는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맷 하비(뉴욕 메츠),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도 5자책 이상 경기가 1~2경기씩 있었다.
류현진보다 먼저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진출한 동양인 투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들어 한 번씩은 최악의 경기가 있었다.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는 5월 23일 볼티모어전에서 2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고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은 지난 10일 보스턴전에서 3이닝 6실점을 하기도 했다. 이를 생각하면 류현진의 5이닝 5실점은 아주 이해하지 못할 성적은 아니다. 오히려 최악의 경기는 피한 채 전반기를 마감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혹평에 가까운 외신의 언급은 그만큼 류현진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객관적인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다. 류현진은 전반기를 7승3패 평균자책점 3.09로 마감했다. 18경기에서 14번이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제는 당연히 퀄리티 스타트를 기대할 수 있는 투수가 됐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퀄리티 스타트 정도로는 ‘호투했다’라는 말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개 “그의 몫을 했다”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높아진 류현진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물음표가 가득한 ‘루키’였지만 이제는 누구나 류현진의 기량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도 마찬가지다. 류현진이 호투를 펼치며 7승을 따냈던 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전 이후에는 “더 날카로워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한껏 높아진 기대치가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이미 그 부담감을 극복하는 심리적 단단함은 경지에 오른 류현진이다. 더 나은 후반기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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