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토종 에이스 김혁민(26)은 올해 홈런을 17개나 맞았다. 2위 아담 윌크(NC·12개)를 멀찍이 따돌리며 이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146⅓이닝 동안 홈런을 9개밖에 맞지 않은 김혁민이기에 더욱 의외였다. 강력한 직구를 갖고 있으나 이상하리 만큼 홈런을 많이 줬다. 한 경기 2피홈런 이상 멀티 피홈런이 4차례나 되는데 그 중에는 3피홈런 2경기, 4피홈런도 1경기 있을 정도로 몰아서 맞았다.
하지만 7월 2경기에서는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홈런을 하나도 맞지 않았다. 특히 11일 대전 두산전에서는 8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 피칭을 펼쳤다. 시즌 5승째를 거두며 팀 내 최다승 투수가 된 그는 98⅓이닝으로 이 부문 공동 9위이자 토종 투수 중 최다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 후 김혁민은 "제구가 잘 됐다. 그동안 너무 힘으로만 던졌는데 힘을 빼고 던진 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김혁민은 104개 공 중에서 직구가 65개였다. 하지만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 더 빠르게 던질 수 있는 투수이지만 최대한 힘을 빼고 던졌다. 최저 137km짜리 직구도 있었다. 직구로도 완급을 조절할 정도였다.
김혁민은 "홈런을 너무 많이 맞았다. 힘으로만 승부하려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 직구 위주로만 던지니까 타자들도 노리고 들어올 정도였다"며 "직구를 더 세게 던지려고 한 게 문제였다. 그럴수록 몸에 힘이 들어가 높이 높아졌고, 홈런을 많이 맞았다"고 자가 진단했다.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도 "공은 빠르지만 볼이 되는 게 많다. 그럴 때 스피드를 줄이고 카운트를 잡으려다 던진 것이 홈런이 되고 있다"며 "공이 가운데 몰리는 것도 많다. 에이스라면 제구가 되는 공을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혁민 스스로도 "볼 스피드를 조금 줄여서라도 제구를 잡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최다 피홈런으로 고전한 김혁민이지만 어느덧 5승을 올렸다. 데니 바티스타와 팀 내 최다승. 여기에 리그 전체 토종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는 점은 분명 돋보인다. 김혁민은 "항상 10승을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문제"라며 "매경기 더 많이 던지고 싶다.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무엇보다 평균자책점(5.22)을 낮춰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독추천 선수로 올스타에 발탁된 김혁민은 "영광이다. 선동렬 KIA 감독님께서 좋게 생각해주셔 감사하다. 아무나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열심히 다해 던지겠다"며 한화를 대표하는 올스타로서 자부심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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