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계기가 있어야 한다".
최하위 한화는 여러 가지 고민을 안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중심 타선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그 중심에 바로 간판타자 김태균(31)이 있다. 6월부터 시작된 타격 슬럼프가 생각보다 오래가며 부진의 늪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난 11일 대전 두산전에서 3~4번이 아닌 5번 타순으로 내려갔다.
김태균은 올해 68경기에서 타율 3할6리 70안타 3홈런 30타점에 그치고 있다. 볼넷 50개와 몸에 맞는 볼 5개로 출루율은 4할3푼7리이지만 장타율이 그보다 낮은 0.410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였다. 특히 홈런은 지난 4월18일 대전 NC전 이후 52경기째 나오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손가락 통증까지 겹쳤다.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는 "김태균이 좀 맞아야 하는데 너무 안 좋다. 초반에 견제를 많이 받은 이후 감각이 떨어졌다. 타이밍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며 "상체가 공을 따라나가고 있다. 연습할 때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본인도 모르게 타이밍이 빨라진다"고 지적했다.
누구보다 마음 고생이 심한 건 김태균 본인이다. 그는 "야구를 못 하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손가락 통증의 여파로 타격시 온 힘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김성한 수석도 "손가락 통증도 한 이유겠지만, 경기에 못 나갈 정도는 아니다. 본인 스스로 고민이 많고, 힘들어 한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걱정이다. 뭔가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활의 계기를 11일 두산전에서 마련했다. 지난해 한국 무대로 돌아온 후 처음으로 5번 타순에 배치된 그는 3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으로 오랜만에 멀티히트를 쳤다. 지난달 21일 잠실 두산전 이후 9경기 만이었다. 2할대로 무너질 뻔한 3할대(0.306) 타율도 사수했다.
무엇보다 2루타 장타가 나온게 컸다. 8회 2사 2루에서 함덕주의 공을 우중간으로 타구를 띄워 적시 2루타로 연결시켰다. 지난달 9일 문학 SK전 2루타 이후 한 달여 만에 나온 장타. 안타를 쳐도 땅볼성 타구가 많았던 김태균에게 아주 오랜만에 장쾌한 장타가 나온 건 의미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태균은 올해 팬투표 및 감독추천에서 모두 올스타로 발탁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휴식 및 반등의 계기를 잡을 생각이다. 김성한 수석은 "전반기를 마친 후 쉬는 기간 동안 해법을 찾으면 분명 좋아질 것"이라는 말로 김태균에 대한 믿음을 비쳤다. 한 달만의 장타와 멀티히트로 부활 계기를 마련한 김태균의 방망이에 다시 시선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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