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타순에 놓아도 잘 치는 선수다. 감독 입장에서 안심도 되고 참 고맙다.“
LG 김기태 감독은 11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전날에 이어 1번 타순에 배치한 박용택(34)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박용택은 10일 3타수 2안타 2타점 활약에 이어 이날도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LG가 클린업트리오 타율이 3할2푼1리로 1위, 하위 타순(6번타자부터 9번타자) 타율이 2할5푼6리로 3위인 것에 반해, 1번 타순 타율 2할5푼9리로 7위에 그치고 있는 것을 박용택이 해결한 것이다.
올 시즌 감독 부임 2년째를 보내고 있는 김기태 감독의 야구는 토털 베이스볼이다.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경기 중에 기용하며, 그만큼 대타 대수비 대주자 기용에 적극적이다. 또한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대 선발투수의 특징, 수비 포메이션, 그리고 앞뒤 타자와의 호흡을 의식해 대부분의 경기서 맞춤형 타순을 짠다. 경기가 끝난 후 LG 엔트리를 돌아보면 등록된 14명의 야수가 모두 그라운드를 밟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토털 베이스볼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박용택이 있기 때문이다. 컨택능력과 장타력, 해결사 본능, 주루플레이에 외야 세 곳을 모두 커버하는 수비력까지 지닌 박용택은 김기태 감독이 지향하는 야구 그 자체다. 지난 시즌 1번 타순부터 6번 타순을 모두 소화하면서도 타율 3할5리에 리그 전체 외야수 OPS 1위인 .813을 기록,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약 2년 만에 본격적으로 수비에 나섰음에도 외야 세 곳 모두에서 팀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주로 3번 타순과 4번 타순을 소화했는데 3번에서 타율 3할2리, 4번에서 3할2푼9리로 자리를 가리지 않고 있다, 최근 자리한 1번 타순에선 3할7푼5리, 오지환의 페이스 하락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 중이다. 시즌 초반부터 몸 상태가 100%와 거리가 있었음에도 타율 3할1푼6리로 여전히 특급 외야수다운 활약을 펼친다. 누구보다 진지하게 야구에 임하고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연구한다,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긴다. 김 감독이 박용택을 두고 “우리 팀의 슈퍼스타”라고 강조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11일 경기 후 박용택은 “이제야 내가 야구선수 같다”고 했다. 시즌 내내 3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최근에야 마음에 드는 스윙을 하고 있다고 만족을 보였다. 그러면서 박용택은 “어느 타순이든 상관없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사실 가장 편한 타순이 1번과 3번이다. 1번을 치면서 타격감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용택의 목표는 앞으로 10년 동안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 박용택은 “벌써부터 노장이라는 소리를 듣는데 내 나이를 만으로 정확히 계산하면 서른셋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선수를 기준으로 하면, 최전성기에 돌입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시기다”며 “야구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신기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10년은 더 하고 싶다. 그리고 (이)병규형이 세우고 있는 기록들을 내가 다 깨뜨릴 것이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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