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야수진 ‘묻어가기 신바람’, 투수진에도 분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7.12 10: 40

올 시즌 LG 타자들의 콘셉트는 ‘묻어가기’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심선수 의존도가 높아 해결사가 정해져 있었으나 올 시즌은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모두가 해결사다. 실제로 LG는 9명의 타자가 20타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7명이 득점권 타율 3할 이상을 찍는 중이다.
LG 김기태 감독도 이를 두고 “우리 팀에는 홈런이나 타점 도루 부문 1위 타자는 없다. 하지만 선수들 모두가 집중해서 찬스를 만들고 점수를 뽑는다”며 지뢰밭 타선을 구축한 것에 만족했다. 선수들도 ‘내가 쳐야만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났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주춤한 오지환은 “현재 내 타격은 우리 팀에서 보통 정도다, 그래도 팀은 잘 돌아가고 있다. 소위 말하는 ‘묻어가기’를 하는 중이다. 지금 우리 팀은 매일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야수진 뿐이 아닌 투수진에도 ‘묻어가기’가 이뤄지고 있다. 시즌 초 불펜진이 마운드의 중심을 잡았다면 이제는 선발진도 자기 몫을 다하며 팀 승리를 이끈다.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전문가들은 LG 불펜진에는 청신호를 보냈지만, 선발진에는 물음표를 붙였다. LG는 지난 시즌 봉중근의 마무리 전환과 유원상의 잠재력 폭발, 이동현의 부활로 불펜 평균자책점 3.60, 리그 공동 3위에 자리했다. 게다가 FA를 통해 정현욱도 데려와 이제 LG 불펜은 리그 최정상급이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선발진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토종 선발투수 중 누구도 풀시즌을 소화한 경험이 없었다. 우규민은 선발투수 보다는 마무리투수로, 신정락은 1군 보다는 2군이나 재활조에 주로 자리해왔다. 류제국은 1군 합류시점이 확실치 않았다. 여전히 LG 선발진은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보였다. 
뚜껑을 여니 선발진에 대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5경기만 남겨놓은 시점에서 토종 선발진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우규민이 14번의 선발 등판서 7승 3패 평균자책점 3.46, 신정락은 13번 선발 등판해 3승 4패 평균자책점 4.00, 지난 5월 19일부터 1군에 합류한 류제국은 8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호투 중이다.
그러면서 LG는 선발진이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시즌 전 예상과 반대로 불펜진이 선발진에 묻어가며 주중 3연전을 싹쓸이했다. 3연전 첫 경기서 신정락이 8이닝 무사사구 8탈삼진 1실점, 두 번째 경기에선 리즈가 7이닝 10탈삼진 1실점,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경기서 우규민이 6⅔이닝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덕분에 불펜진은 3경기서 단 6⅓이닝만 던졌고 연투한 투수도 전무했다. 
싹쓸이를 주도한 우규민은 11일 경기서 7승을 올린 후 “사실 투수조 조장 중근이형이 불펜투수들이 좀 지친만큼 우리 선발투수들에게 길게 던져달라고 부탁을 했고 이를 지키고 싶었다, 리즈야 원래 길게 잘 던지니까 제국이형과 정락이, 그리고 나만 잘하면 됐다. 그래서 셋이서 길게 던져보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결국 선수층이다. 128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특정 선수 몇 명이 시즌 내내 활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누군가 페이스가 떨어지면 다른 누군가의 페이스가 올라오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야 기복 없이 한 시즌을 보낼 수 있다. 현재 LG는 1군 엔트리 26명이 꽉 차있다. 모두가 각자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에 2군에 SOS를 보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편 김기태 감독은 11일 경기를 앞두고 벤자민 주키치의 2군행으로 생긴 선발진 공백에 대해 “생각해 놓은 투수가 있다. 12일 비가 오지 않는다면 등판할 것이다. 혹시 비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그 투수가 실망하지 않게 누가 선발투수로 나설지는 나중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LG는 12일 선발투수 류제국을 예고했고 14일 신정락을 선발 등판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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