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다른 예능이었으면 욕먹었을텐데..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07.12 10: 25

tvN '꽃보다 할배'가 훈훈한 분위기의 기존 리얼 예능과는 궤를 달리하며, 아슬아슬한 수위를 오가면서도 시청자 호평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MBC '무한도전', KBS '1박2일' 등도 멤버들의 '무한 이기주의'와 '나만 아니면 돼' 정신으로 웃음을 유발하긴 하지만, 모두 전반적으로 높은 '도덕적' 수준을 강요받곤 했던 상태. 멤버간 아주 조금만 예의에 벗어나는 듯 한 태도가 보여지거나, 시청자가 보기에 거슬릴 수 있는 감정 표현이 수반되면 네티즌의 집요한 지적과 끈질긴 악플에 시달리는 원인이 되곤 했다. 그래서 출연진은 편한 녹화분위기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해명 아닌 해명에 나서는 해프닝도 잦았다.
그러나 '꽃보다 할배'에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20~30대 출연자였으면 온라인이 들끓었을 법한 출연자의 행동이나 설정들이 자연스럽게 웃음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동료 연예인이 뒤쳐지던 말던, 앞만 보고 먼저 걸어가던 '직진' 이순재나 가방이 무거운데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며 장조림 통을 발로 차버리는 백일섭의 모습은 다른 예능인의 행동으로 치환하면 꽤 아찔하다. 걸그룹과 함게 하는 줄 알았는데 '멘붕'에 빠졌다고 투덜대는 이서진의 모습은 첫회 초반 20분이 넘도록 전파를 탔는데, 이 역시 다른 어린 출연자였다면 '지루했다'는 평을 듣기 충분했을 것이다.
이같이 다른 예능인이었다면 논란에 휩쌓일만한 일도 '할배'의 캐릭터로 만들고, 시청자들의 관대한 이해를 받는 건 '꽃보다 할배'의 가장 큰 강점이 될 전망. 따라서 유명인들끼리의 여행이라는, 기존 예능이 우려먹을만큼 우려먹은 포맷을 갖고도 신선한 지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방송에서도 제작진은 맘 놓고 이들의 분열과 갈등을 그대로 보여줄 계획. 이날 방송에서도 '직진 순재'와 '심통 일섭'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순재의 진격 스타일에 백일섭이 반기를 들며 본격적인 여행 첫날부터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꽃보다 할배' 관계자는 "할아버지들의 오랜 방송 경력과 연륜에서 나오는 멘트와 상황들은 확실히 달랐다.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와는 다른 색깔을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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