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호도 김종호 같은 케이스다".
지난 12일 삼성-한화전이 열린 대구구장.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한화 외야수 송주호(25)가 삼성 류중일(50) 감독을 찾아 인사했다. 류 감독은 송주호를 단번에 알아보고는 "오랜만이다"고 인사를 건네며 "외야로 포지션을 바꿨더라"고 말하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송주호가 삼성 신고선수 내야수로 몸 담고 있을 때 류 감독이 삼성의 수비·작전코치였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거쳐 지난달 한화에 입단하며 프로무대 진출에 성공한 송주호는 1군 데뷔 첫 8경기에서 11타수 3안타 타율 2할7푼3리 3득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의 수비력을 인정받아 최근 4경기 중 3경기를 선발출장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송주호는 원더스 이전에 삼성 출신이었다. 중앙고를 졸업한 지난 2007년 신고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그는 신고선수 신분에도 해외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정도로 자질을 인정받았다. 당시 입단 테스트 과정부터 송주호를 눈여겨본 이가 다름 아닌 류중일 감독이었다.
류 감독은 "송주호가 그때부터 재질이 있었다. 수비하는 걸 보니 공을 던지는 폼이 정말 예뻤다. 보기 드문 팔스윙이었다"며 "어깨도 좋고, 발도 빨라서 만지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삼성에서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워낙 던지는 그림이 좋아 투수를 시킬까 할 정도였다"고 송주호에 대한 기억을 선명히 떠올렸다.
류 감독은 "김성근 원더스 감독님도 송주호의 그런 면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해 이러게 한화에서 기회를 잡는 모습을 보니까 보기 좋다"며 "우리팀에 있던 김종호도 NC에 갔기 때문에 지금처럼 큰 선수가 될 수 있었다. 만약 우리팀에 있었다면 1군에서 기회를 얻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송주호도 김종호 같은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김종호는 지난해 특별지명에서 삼성의 20인 보호선수에서 제외돼 NC의 지명을 받았고, 올해 타율 3할 79안타 28도루로 펄펄 날고 있다.
송주호는 "삼성에 있을 때 류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셨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처럼 절박하게 야구를 하지 않았다"고 아픈 과거를 인정했다. 2010년 삼성에서 방출된 그는 SK 마무리캠프 탈락에서도 떨어져 특전사로 군복무했다. 제대를 80여일 앞두고 원더스 트라이아웃에 합격했고, 1년도 되지 않아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해 프로 1군 진입에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는 한화의 미래가 돼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는 "김응룡 감독님께서 송주호의 플레이를 보고 매우 만족해 하셨다. 원래부터 빠른 야구를 하고 싶어하셨는데 그동안 느린 선수가 많아 잘 되지 않았다"며 "송주호가 그런 부분에서 돋보인다. 감독님께서 송주호처럼 빠른 선수를 키워보고 싶어하신다. 앞으로 기회가 많이 갈 것"이라고 그에 대해 기대를 표했다. 송주호가 NC의 리드오프로 자리 잡은 김종호처럼 한화의 새로운 공격첨병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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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