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은 요즘 자신의 처지를 '먹고 살만 하다'는 말로 설명했다. 꽤나 겸손하고 소박한 말이었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연달아 출연하고 최고 인기 예능에서 활약하고 더불어 아들과 함께 CF도 여러 편 따냈다. 정확한 개런티를 모르더라도 어림잡아 그의 삶의 얼마나 윤택하고 풍요로울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들뜨거나 내세우지 않았다. 특유의 털털하고 유쾌한 말투로 "(나를 먹여살려준) '아빠 어디가'를 더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눙칠 뿐이다.
배우 성동일이 영화 '미스터 고'(감독 김용화)로 관객들을 찾는다. 지난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오랜 세월 단역과 조연을 거쳤고 연극 무대에서도 잔뼈가 굵었다. 이번엔 그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봐도 가장 비중이 높고 중요한 역할을 소화했다. 중국 아역배우 서교와 함께 '미스터 고'의 스토리를 리드하며 중심을 잡는 주인공이다. 하지만 조연으로 출연할 때나, 주인공이 되어서나 성동일의 처세(?)는 한결 같다. 여전히 촬영장에서 사람들을 모아 술 먹기를 좋아하고 언론과의 인터뷰는 '내가 할일이 아닌 것 같아' 부담스럽다는 그다. 무명의 세월, 연봉이 120만원이던 연극 무대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확연히 달라진 현재 위치, 하지만 구수하고 털털하고 얼핏 촌스럽게도 보이는 그의 캐릭터는 변함이 없다.
그는 최근 '미스터 고' 언론배급 시사회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입담을 과시했다. '아빠 어디가'에서 툭툭 내뱉는 말들이 큰 웃음을 선사하듯 이날 역시 성동일은 모여앉은 무리를 사정 없이 웃게 만드는 재주를 부렸다. 다수의 작품에서 코믹한 감초로 활약했는데, 실제의 성동일 모습 자체가 워낙 위트있고 인간적인 인상이었다. 작은 말도. 작은 순간도 유머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출중했다.

"요즘 잘 나간다"며 추켜세우는 취재진에게 "먹고 살만 하다"고 답했고, "데뷔 이래 가장 큰 대작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은 것 같다"고 말하자 "아직 뭐가 뭔지 실감이 잘 안 난다"고도 답하며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연기 인생 20년이지만 여전히 많이 배우고 있다며, 이번 '미스터 고'를 촬영하면서 또 새롭게 얻은 깨달음들을 줄줄이 늘어놓기 바빴다.

그는 차기작이나 앞으로의 작품 계획에 대한 질문에도 "뭐든지 하고 싶으면 할 것"이라며 "나는 작품을 고를 때 캐릭터나 비중이 작은지 큰지 따지지 않는다. 주인공 한번 하고 나면 스스로 영원히 주인공만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이든 아니든, 하고 싶은 연기를 하고 싶은 데서 할 수 있다면 그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그에겐 개런티도 둘째 문제라고 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것을,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연기하는 게 제일 큰 관심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요즘은 내가 준이와 함께 '아빠 어디가' 촬영을 가면 아내와 두 딸(빈, 율)을 여행 보내준다. 제주도 L호텔에 가면 키티 방이 있다면서? 거기 가고 싶다고 해서 선뜻 예약해줬다. 나 이제 그 정도는 해줄 수 있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성동일이 프로야구 베테랑 에이전트 '성충수'로 분한 영화 '미스터 고'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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