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하차, 이 또한 임성한식 황당 대본이라면?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07.13 10: 41

[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애초에 지구인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고(신기생뎐), 개 사주를 보거나 유령이 불쑥 나타나고(오로라 공주)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MBC 일일극 '오로라 공주'에서 잘 나오던 배우 손창민과 오대규가 돌연 하차를 해버리니 시청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닌 것만 같다. 임성한 작가의 전력을 돌이켜볼 때 두 주요 배역을 홀랑 들어내는 것쯤, 별일이 아닐지도.
지난 12일 오후, 손창민과 오대규가 출연 중이던 '오로라 공주'에서 돌연 하차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 이날 오후 방송분에서 두 사람은 미국에 있는 아내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떠나는 것으로 하차(?) 처리됐다. 각각 오금성과 오수성 역을 맡아 여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의 든든한 오빠들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두 사람은 이제껏 벌여놓은 황미몽(박해미 분), 황자몽(김혜은 분)과의 스토리도 다 집어던지고 드라마에서 사라지게 됐다.

주요 배역을 맡은 연기자가 출연 중이던 드라마에서 중대한 사유(배우의 건강이나 일신상의 이유 혹은 제작진과의 숨겨진 불화 등) 없이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사례는 전무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한명도 아니고 두 명씩이나 동시에 자취를 감춰버리는 이 상황은, 이제껏 잘 보고 있던 시청자들 입장에서 그야말로 '멘붕'이다. 더 주목할 점은 당사자인 손창민과 오대규, 또 함께 출연 중이던 출연진은 물론 나아가 방송사인 MBC조차 이 같은 상황을 사전에 인지한 바 없고, 대본을 받고서야 알았다는 사실이다.(물론 이는 출연진과 관계자 일부의 증언이다) 실제로 아무도 몰랐다가 촬영 당일에서야 두 배우의 하차 사실을 알게 됐다면 시청자들에 앞서 더 황당하고 어이없는 건 당사자들일 테다.
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초유의 사태는 아직 그 속사정에 대한 진실이 완벽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언론을 상대하는 제작진과 출연진 일부, 그리고 방송사의 홍보실조차 "몰랐다. 알아보겠다. 당황스럽다"는 정도의 입장을 되풀이할 뿐이다. 드라마의 두 축을 잡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주요 캐릭터들이 왜 하루아침에 미국행이라는 설정하에 급하게 떠나버려야 하는 건지, 이것이 정말 오롯이 작가의 의도인지, 만일 그렇다면 작가는 왜 돌연 손창민과 오대규를 제껴버려야 했던 건지, 정말 출연진과 제작진, 관계자들조차 당일까지 전혀 모르던 일인 건지, 의문은 또 의문을 낳고 의혹은 꼬리를 더한다.
이쯤 되면 임성한 작가식(?)으로 또 다른 추측도 가능하다. 어쩌면 두 배역은 실제 하차가 아닐지도 모른다. 잠시 미국으로 떠난 걸로 처리됐다가 중반 혹은 후반부, 언제든 갑자기 재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사고난 아내들을 돌보러 미국으로 떠났던 형제가 갑자기 떼돈을 벌어 금의환향하고 다 쓰러졌던 오로라 집안을 일으켜 세울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오로라의 꿈 속에 언제든 나타나, (또는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누군가에 빙의되어 등장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황당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평소 드라마 작업을 하면 제작진은 물론 출연진 측에 외부 혹은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는 임성한 작가의 스타일(?)상, 손창민과 오대규 혹은 관계자들 측에서도 이와 같은 작가의 속내와 계산을 알고도 모른 척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나중에 다시 나타날 거니까 대기해라. 모른 척 하라'는 더 황당하고 재미있는 대본을 위한 내부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을지도 모르지 않나.
어차피 드라마의 스토리도, 배우들의 돌연 하차 사태도, 실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범주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황당하지만 웃기고, 놀랍지만 흥미롭다는 게 임성한식 드라마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추측과 온갖 루머 역시 드라마만큼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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