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힐링 예능·드라마, 정말로 '힐링' 되나요?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3.07.13 11: 29

최근 방송가에서는 '힐링' 코드가 빠지면 섭섭하다 할 정도로 많은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들이 힐링을 내세우고 있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를 시작으로 유행이 된 힐링 바람, 시청자들은 정말로 힐링받고 있을까?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에 출연 중인 배우 이기영은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작품에 대해 "극단적인 소재의 드라마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그런 요소가 없다. 이 작품이 순화작용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보면서 힐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여왕의 교실'은 잔혹동화라는 평을 피해가지 못했다.
'여왕의 교실'은 스스로가 부조리한 사회의 권력자가 돼 아이들을 궁지에 내모는 마여진 선생(고현정 분)과 이에 굴하지 않고 대항하며 스스로 현실을 깨달아 가는 6학년 3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 물론 이 드라마를 통해 교육 관계자나 학부모 등이 힘든 교육 현실에 대해 보고 느끼는 점이 있을 터. 하지만 '여왕의 교실'은 왕따 등의 문제를 꽤 자극적으로 그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오동구(천보근 분)와 은보미(서신애 분) 등 6학년 3반 학생들을 대하는 마여진의 태도나 대사가 지나치게 극단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방송에서는 고나리(이영유 분)의 엄마(변정수 분)가 담임선생인 마여진의 뒷조사를 하는 모습까지 그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렇다면 최근 착한드라마라는 수식어 달고 인기를 얻고 있는 SBS 일일드라마 '못난이 주의보'는 어떨까. '못난이 주의보'는 부모님의 재혼으로 갑작스레 동생이 생기고 우여곡절 끝에 가장이 된 한 남자의 대가없는 희생을 통해 진정한 가족애를 그릴 작품. '못난이 주의보'의 배우들과 관계자들 역시 "자극적인 요소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진정한 가족애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힐링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점점 더 자극적으로'를 외치는 요즘 드라마들과 달리 '못난이 주의보'는 가족애, 형제애를 강조하며 따뜻한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부부로 등장하는 나일평(천호진 분)과 윤정연(윤손하 분)의 관계만 보더라도 '따뜻한', '힐링 가족드라마'라는 말에 의문을 품는 시청자들이 있다. 윤정연이 나일평 친구의 딸이기 때문. 뿐만 아니라 최근 전개에서 형제간의 삼각관계나 낙태 등에 대한 얘기가 등장하며 점점 자극적인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다.
힐링 예능의 대표주자인 '힐링캠프' 역시 홍보성 출연에 대한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힐링캠프'는 대선주자 3인과 월드스타 싸이, 이병헌, 법륜스님, 최경주 등 연예계와 스포츠계, 종교계를 불문하고 그동안 방송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사건사고에 얽혀 있는 연예인을 화제성으로 캐스팅, 해명의 장을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영화 개봉 시기에 맞춰 홍보성으로 출연자를 섭외한다는 평도 많다.
이렇듯 너도나도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에 대해 "자극적인 드라마와 달리 시청자를 힐링하겠다"는 말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별로 다르지 않다. 과연 말로만 힐링을 내세운다고 시청자들은 정말 '힐링'받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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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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