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의 달인’과 ‘독수리’가 감독으로 만났다.
전남 드래곤즈는 13일 광양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에서 FC 서울을 맞았다. 양 팀 모두 치열한 중위권 싸움에 있어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었다.
양 팀의 수장 하석주(45) 감독과 최용수 (40) 감독은 역전의 용사들이다. 특히 둘은 90년대 국가대표팀에서 부동의 왼쪽윙백과 최전방공격수로 오래 호흡을 맞춘 사이다. 경기 전 최용수 감독을 만나 왕년의 무용담을 들었다.

최 감독은 “(하) 석주 형이 그 때 볼만 잡으면 날 봤다.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다. 하석주 감독이 승부욕이 대단하다. 그러면서도 대표팀 분위기를 밝게 했다”며 추억에 잠겼다. 그만큼 자신이 당시 대단한 공격수였다는 사실을 돌려서 자랑한 것.
그런데 최용수 감독의 발언은 귀여운 착각이었다. 하석주 감독은 “그 때 유상철, 최용수, 김도훈이 나만 보면 다 자기한테 공을 달라고 하더라. 하하. 그런데 내가 킥이 그렇게 정확한 선수는 아니었다. 선수들이 내가 올려서 자기가 넣으면 ‘형 올려줘서 고마워요’했다. 그 때 그냥 시치미를 떼고 가만히 있었다”고 밝혀 기자들을 웃겼다.
두 감독은 결전을 앞둔 12일 서로 30분이나 통화하며 안부를 물을 정도로 절친하다. 최 감독은 “요즘 프로축구가 너무 치열하다보니 감독끼리 서로 안부를 묻는 문화도 거의 사라져 안타깝다. 그런데 하 감독님이 자기 할 말만 30분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농을 던졌다. 이에 하 감독은 “용수는 내가 선수 달라는 말만 하면 이야기를 돌린다”며 받아넘겼다.
경기가 시작되자 양 감독은 친한 선후배에서 냉철한 적장사이로 돌아섰다. 왕년의 태극전사들은 벤치싸움에서도 불꽃이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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