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백패, 허무하게 끝나 버린 게임이었다. 혹시나 박명수가 선보였던 '조커'처럼 반전의 묘미가 있을까 지켜봤던 시청자들의 기대는 다음 회로 넘어가게 됐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하 '무도')'에서는 흑팀과 백팀으로 나눠 서울 땅따먹기 게임을 진행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무도'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기발한 두뇌게임 형식이었지만 이번 '흑과 백' 특집만큼은 흑팀의 일방적인 승리로 허무하게 끝나버리며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흑과 백' 특집은 정준하, 정형돈이 각각 흑팀과 백팀의 팀장을 맡아 이동 경로를 지시, 노홍철-하하-길로 구성된 흑팀과 유재석-박명수-데프콘으로 구성된 백팀이 차를 타고 서울 각 지역을 이동하며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게임을 펼치는 형식이었다. 만약 두 팀이 같은 구청에서 만나게 된다면 게임을 벌여 무조건 한 팀만이 구청을 가지게 됐다.

이처럼 흥미진진한 두뇌 게임, 그리고 멤버들의 좌충우돌 게임 진행 등은 그간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재미를 검증받았던 형식. 때문에 네티즌은 이번 '흑과 백' 특집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지만 정작 뚜껑을 연 '흑과 백' 특집은 너무나 허무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이유는 흑팀의 일방적인 승리 때문.
중구청, 성북구청 그리고 강남구청 등에서 만난 양팀은 닭싸움, 알까기, 오목, 음식 빨리 먹기, 타이어 뒤집기 등 다양한 게임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흑팀의 백전백승이었다. 오목을 잘 둔다던 박명수는 단 세 번 밖에 오목을 둬보지 않았던 '오목초보'였고 덩치 좋은 데프콘은 닭싸움에서 너무 쉽게 패배했다. 그리고 상대팀 길보다 빠르게 음식을 먹었던 데프콘은 휘파람을 불지 못해 어이없게 승리를 내줘야 했다.
이에 백팀은 "오늘은 뭘 해도 안 되는 날"이라며 패배에 대해 씁쓸함을 표했지만 '뭘 해도 안 되는 날'이라고 돌리기엔 주말 예능프로그램에 필요한 웃음이 부족했다. 기발한 기획에 허무한 결과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제2의 좀비 특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무엇보다도 이날 필요했던 것은 반전의 묘미였다. 일방적인 흑팀의 승리는 두뇌게임 형식에서 필요한 긴장감을 떨어뜨렸고 승리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린 백팀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떨어뜨렸다. 흑팀을 역전하는 백팀의 짜릿한 승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쫄깃한 긴장감을 유발할 반전의 포인트는 필요했다. 박명수의 '조커 본능'이 기다려진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간 박명수는 '조커 본능'을 곳곳에서 발휘해왔다. '조커'가 탄생한 버스 게임에서부터 숫자야구 게임, 그리고 얼마 전 진행된 마이너리티 리포트 특집까지. 시청자들의 그의 종잡을 수 없는 반전의 묘미에 열광했다. 또한 이와 같은 '조커 본능'은 박명수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는 '무도'의 리더 유재석에게도, 돌+아이 노홍철에게도, '무도' 멤버 누구에게도 필요한 재미의 포인트다.
'무도'는 8년 간 최고의 예능프로그램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내공은 쌓여있고 경험도 많다. 때문에 정준하와 정형돈의 부상으로 인한 이탈도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흑과 백' 특집은 다소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반전의 묘미 뿐만 아니라 색다른 재미들로 앞으로의 특집을 준비해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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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