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슬로우-퀵, 슬로우-퀵-슬로우.
KIA 타자들은 찬스를 잡으면 도무지 타점을 잡기 힘들었다. 두산 좌완투수 유희관이 위기에서 절묘한 능구렁이 투구로 시즌 5승째를 낚았다. KIA 세 번의 위기를 모두 무사히 넘기며 8회까지 산발 8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역투였다. 자신의 시즌 최고의 호투를 펼치며 잠실구장을 찾은 만원 관중에게 보답했다.
1회가 위험했지만 상대를 요리하는 솜씨도 보여주었다. 1사후 신종길에게 우전안타, 김주찬에게 중견수 앞 빗맞은 안타를 맞고 1,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나지완과 끝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유격수 병살로 유도하고 불을 껐다.

4회에서도 선두 신종길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김주찬을 2루 뜬공, 나지완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회 1사2루에서도 김주형과 김상훈을 범타로 유도했다. 위기만 되면 정교한 투구로 좀처럼 득점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KIA 타자들은 76km짜리 커브와 바깥쪽 체인지업, 슬라이더, 직구 등 다양한 구종에 속수무책이었다. 초구부터 느린 볼을 던지다 쑥 몸쪽으로 던지고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요리하는 환상의 투구였다.
압권은 6회초 1사 만루였다. 4번 나지완을 바깥쪽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고 5번 이범호는 2루 땅볼로 처리했다.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상대를 제압했다. 마치 뒤로 넘어지는 듯 했지만 탄탄한 허리로 상대로 되치기하는 시름꾼같은 투구였다. 결국 8회까지 나와 마운드를 지키며 이닝이터 노릇까지 했다.
투수구 129개를 던져 자신의 최다 투구수(종전 116개)를 경신했고 최다이닝(종전 7⅓이닝)을 넘었다. 최근 6경기째 무패행진도 함께였다. 127~134km 직구는 60개, 커브(76~110km)는 22개, 체인지업(118~124km) 44개를 던졌다. 류희관은 이제 두산의 없어서는 안될 선발투수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방어율도 2.60에서 2.33으로 끌어내렸다.
경기후 유희관은 "경기전 비도 오고 약간 조마조마 했다. 경기한다는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를 냈다. 팀 순위가 한단계 올라갔지만 더 올라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팀이 득점을 올리고 난 후 타자들과 뒤 투수에게 부담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투구수가 적었으면 완봉 욕심이 났겠지만 다음기회에 노려보겠다. 전반기 내 이름에 비해 만족하고 있는 단계이다. 후반기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