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로 거듭난 인천, 2005년 향기가 풍기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7.14 07: 24

인천 유나이티드, 지난 2005년의 향기가 물씬 나고 있다.
올해로 창단 10돌을 맞은 인천이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1경기를 덜 치른 현재 승점 30점 고지를 넘어서며 울산(승점 34) 포항(승점 33)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한 발만 내딛으면 선두다.
과거에도 인천이 이렇게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장외룡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5년 정규리그 통합 1위,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시민 구단의 어려움을 딛고 기적을 일궜다는 찬사를 받았다.

강팀의 조건은 여럿 있다. 두터운 선수층, 빼어난 수장, 개인 능력과 조직력이 어우러지는 좋은 내용, 강한 정신력과 체력 등이다. 올해 인천은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은 지난 1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홈경기서 남준재의 헤딩 선제골과 디오고의 페널티킥 결승골에 힘입어 송창호가 1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대구를 2-1로 물리쳤다.
인천으로선 참 어려운 경기였다. 13위에 머물러 있던 대구였지만 실상 하위권팀의 경기력이 아니었다. 전반기 무승에 그쳤던 대구는 후반기 들어 180도 탈바꿈했다. 울산 경남을 꺾으며 2승 1무 1패를 기록 중이었다.
예상대로 인천은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대구는 조직적인 패스웍과 강력한 압박으로 인천의 숨통을 조였다. 경기는 90분 내내 박진감있게 전개됐다. 후반 31분까지 1-1로 팽팽하게 맞섰다. 후반은 오히려 만회골을 터트린 대구가 주도했다.
하지만 인천은 강팀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줬다. 후반 들어 경기 흐름을 대구에 내주면서도 추가골을 허용하지 않았고, 되려 결승골을 넣으며 대구의 발을 무디게 만들었다. 적장인 백종철 대구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인천이 훌륭한 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경기였다"면서 "후반에 우리 쪽으로 흐름을 가져왔지만 인천이 잘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을텐데 잘 버텼다. 강팀 인천과 우리와의 차이였다"라며 인천을 향해 엄지를 들어올렸을 정도.
인천은 지난 6일 전남 원정길에 오른 뒤 10일 FA컵 16강전서 상주 상무와 연장 혈투를 벌인 뒤였다. 반면 대구는 같은날 안방에서 강원을 상대한 뒤 일주일을 쉬었다. 백 감독의 말마따나 체력적으로 꽤나 힘들었을 인천이다.
기우였다. 인천은 강팀이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에이스인 이천수와 설기현(후 36 투입)이 아킬레스건 부상과 체력 저하로 빠졌지만 이들의 경쟁자인 남준재와 디오고가 나란히 골을 터트리며 승리를 합작했다.
인천은 이날 승리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3위로 올라섰다. FA컵에서도 전현직 국가대표들이 즐비한 상주를 꺾고 8강에 올랐다. 이제 더블(리그+FA컵 우승)과 ACL 진출이 마냥 꿈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겸손의 대가' 김봉길 인천 감독은 "일단 정규리그에서는 상위 스플릿 진출(7위)이 1차 목표다. 이 목표를 이룬다면 ACL 티켓을 욕심내겠다"라며 한걸음씩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자만심이 생기면 정신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제자는 달랐다. 지난 시즌 인천 선수 중 최다골(8골)을 넣은 뒤 올 시즌 부진하다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남준재는 "ACL 진출을 마음에 품고 있다. 목표를 크게 가져야 도달할 수 있다"라며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문득 2005년의 비상이 떠오른다. '강호' 인천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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