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확 바뀐 'SNL', 재미는 잡았는데 풍자는 어디로?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07.14 07: 29

재정비 시간을 갖고 더욱 강해진 시사풍자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tvN 'SNL 코리아'가 재미는 선사했지만 시사 풍자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지난 13일 방송된 'SNL 코리아'는 '슬기로운 탐구생활' 등 새로운 코너와 함께 3주 만에 시청자들을 찾아왔지만 팬들이 'SNL 코리아'에서 기대하는 강력한 시사풍자는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날 배우 봉태규를 호스트로 내세운 'SNL 코리아'는 봉태규의 영화 '가루지기'를 이용한 19금 코드와 셀프 디스로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냈다. 봉태규는 '가루지기'를 하면 망한다는 내용의 코너와 변강쇠 캐릭터를 이용한 목욕탕 장면 등 능청스러운 19금 연기로 안방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19금 코드와 함께 'SNL 코리아'의 또 다른 특징으로 꼽히는 시사 풍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트윗스탑' 코너에서는 축구선수 기성용이 SNS에 올린 글로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해 풍자, 또한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을 패러디한 '마왕의 교실' 코너에서 입시 비리, 학교 폭력, 학교 내 성추행 등을 풍자했지만 이것들도 정도가 약했다.
또한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서도 시사 풍자는 없었다. 미국 방송의 아시아나 항공기 조롱 방송, 음주한 채 학생들이 탄 버스를 운전한 운전기사 등 비판을 가해야 하는 소식은 많았지만 '풍자'라고 규정할 만한 소식은 등장하지 않은 것.
무엇보다도 'SNL 코리아'가 신설한 코너 '슬기로운 탐구생활'에서 강력한 시사 풍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앞서 'SNL 코리아'는 3주 간의 휴식기를 가지면서 시사 풍자에 방점을 찍겠다고 밝힌 바 있다. 'SNL 코리아'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여의도 텔레토비'가 선보였던 정치 풍자를 잇겠다는 포부.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 첫 선을 보인 '슬기로운 탐구생활'은 흡연을 법으로 금지한 국민건강증진법을 풍자하기는 했으나 그 정도가 약했다. 흡연가와 단속반, 두 입장을 모두 보여준 '슬기로운 탐구생활'은 흡연가의 입장에서는 '유전 흡연 무전 금연' 등의 문구로 공평하지 못한 정책을 비판했으며 단속반의 입장에서는 고생만 하는 이들의 입장을 대변했지만 그것이 전부, 속이 뻥 뚫릴 만큼의 비판은 어디에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두 입장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과연 'SNL 코리아'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SNL 코리아'의 생명은 뭐니뭐니해도 19금 코드와 더불어 정치 풍자와 시사 풍자다. 'SNL 코리아'에서만 할 수 있는 풍자는 국민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대변해주고 이를 통해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 19금 코드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SNL 코리아'는 이제 강력한 것을 보여줄 때가 왔다. '여의도 텔레토비'를 통해 나왔던 정치 풍자의 웃음을 다시 한 번 선보여야 한다.
trio88@osen.co.kr
'SNL 코리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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