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야구란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삼성은 지난 13일 대구 한화전에서 6-2로 이겼다. 4-1로 앞서던 8회말 1사 1·2루에서 진갑용이 3루수 앞 땅볼을 쳤다. 한화 3루수 김태완이 3루 베이스를 찍고 1루로 송구하는 과정에서 실책이 나왔다. 1루를 완전히 빗나간 악송구. 2루에서 3루로 뛰어간 채태인이 충분히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굳이 홈으로 향하지 않았다. 3점차였기 때문이었다.
삼성 불펜에서는 8회초부터 오승환이 서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세이브 조건의 기본은 3점차. 삼성은 추가 득점보다 오승환의 세이브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커보였다. 그러나 삼성의 뜻과 달리 한화 투수 박정진이 폭투 2개를 범했고, 채태인과 진갑용 모두 홈을 밟으며 스코어는 6-1로 벌어졌다. 오승환은 9회초 마운드에 올랐으나 이미 세이브 조건이 아니었다.

마무리투수는 상황이 따라줘야 하는 보직이다. 경기를 직접 만들어가는 선발과는 다르게 경기 상황이 어느 정도 만들어 져야 세이브가 가능하다. 때문에 마무리투수의 구원왕 등극 조건에서 가장 큰 요소가 바로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하는 것이다. 강팀에 있어야 상대적으로 세이브 기회가 많아진다.
그러나 올해 오승환은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다. 소속팀 삼성은 1위로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에 있다. 오승환의 투구도 압도적이다. 0점대(0.63) 평균자책점에서 나타나듯 강력함 그 자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도 0.70에 불과하고, 피안타율도 1할7푼밖에 안 된다. 9개팀 마무리투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기록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승환의 세이브는 16개로 이 부문 전체 5위에 그치고 있다. 1위 손승락(넥센·24개)와는 8개차를 보이고 있으며 2위 앤서니(KIA·20개), 공동 3위 봉중근(LG·19개) 김성배(롯데·19개)와도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다. 오승환은 올해 세이브 기회가 17번밖에 없었다. 손승락(26번) 앤서니(24번) 김성배(22번) 봉중근(21번)이 평균 23번의 기회가 있었으니 경쟁자들도 6번이나 세이브 기회가 부족하다.
삼성은 올해 4점차 이상 승리가 많다. 4점차 이상 경기에서 24승을 올리며 이 부문 2위 두산(20승)보다 4승이 더 많다.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8개팀 4점차 이상 승리가 평균 15승인데 삼성은 그보다 10승 가량 많다. 경기를 질 때가 많지 않지만 이기는 경기를 아주 확실하게 이기는 바람에 오승환에게 세이브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
오승환은 지난 2006·2011년 두 차례나 47세이브를 거두며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2007년 40세이브, 2008년 39세이브, 2012년 37세이브 등 풀타임 마무리로 활약한 5시즌은 모두 무난하게 구원왕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세이브 기회 차단의 불운 속에 구원왕 등극이 점점 더 멀어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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