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도’ 데프콘의 운수 나쁜 날, 누가 욕하랴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7.14 09: 20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반전 없는 허무한 백전백패로 추격전이 마무리됐을 때 가장 크게 실망한 것은 마지막까지 기대를 품었던 시청자들이었을 게다. 그리고 고정 출연은 아니지만 멤버들과 제작진이 부를 때마다 열일 마다하고 찾아오는 ‘반 고정 멤버’ 데프콘이 가장 좌불안석이었을 터다. 그만큼 ‘무한도전’에 자주 얼굴을 들이민다는 것은 4년여 전 현재의 고정 멤버 길이 그랬던 것처럼 독한 팬들의 날선 시선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무한도전’은 지난 13일 방송된 ‘흑과 백’ 특집에서 부상으로 녹화에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던 정준하와 정형돈이 각각 흑팀과 백팀의 팀장으로 나섰다. 흑팀은 길, 노홍철, 하하가 팀을 이뤘으며, 백팀은 유재석, 박명수와 게스트 데프콘이 함께 했다.
서울시 25개 구 중에 전략을 동원해 많은 지역을 획득하는 팀이 승리하는 형식. 같은 지역에서 두 팀이 만났을 경우 게임을 통해 지역을 획득하는 경기 방식이었다. 양팀이 전략과 지략을 펼쳐 지역을 빼앗는 과정이 재미를 안기는 구성이었지만 흑팀의 일방적인 우세로 인해 다소 허무하게 경기가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가 다소 싱거웠던 것은 같은 지역에서 맞붙을 때마다 백팀이 지는 어이 없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 하지만 ‘무한도전’이기에 이 같은 허무한 경기마저도 멤버들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재기발랄한 편집으로 포장해 재미를 선사했다.

이 과정에서 게스트로 참여해 백팀의 승전보를 이끌 것으로 기대했던 데프콘의 부진이 큰 웃음을 안겼다. 집안이 장사 집안이라서 힘쓰는 일에는 무엇보다 자신 있었던 그가 너무도 쉽게 닭싸움에서 탈락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매운 음식을 빨리 먹는 대결에서 다 먹은 후 마지막에 휘파람을 불지 못해 지기까지 했다. 여기에 데프콘은 새로운 멤버를 경계하는 박명수가 끊임 없이 구박까지 하자 자연스럽게 기세까지 꺾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사실 데프콘은 그동안 ‘무한도전’이 어려움과 동참의 손길이 필요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조정 특집에서 구슬땀을 흘린 후 일명 우천 특집으로 불렸던 폭우로 인해 녹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걸음에 달려오기도 했다. 또한 지난 6일 방송에는 정준하와 정형돈이 부상 등으로 녹화에 참여하지 못할 때도 몸을 날려가며 몸개그를 펼쳤다.
때문에 ‘흑과 백’ 특집이 흑팀의 절대적인 우세 속에 백팀의 백전백패로 끝나는 과정에서 데프콘의 부담감은 다른 멤버들보다 더했을 터다. 그는 앞서 경기 시작 전 “잘해야 한다. 잘 못하면 욕 먹는다”고 걱정을 했다. 또한 그는 고정 출연 욕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박명수의 짓궂은 질문에 “아니다. ‘무한도전’ 욕심 없다. 나는 MBC 연예대상 신인상을 노릴 뿐이다”고 손사래를 친 것도 이 같은 부담감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만큼 ‘무한도전’처럼 고정 출연을 노리거나 중간 투입된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호되게 뭇매를 맞을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멤버 길은 중간 투입 된지 4년여의 시간이 됐지만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하차하라’라는 말을 듣고 있다. 7명의 멤버들을 하나의 운명체로 여기는 프로그램 특성상 1~2회 특별 게스트는 시청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지만 고정 출연 가능성이 열리는 동시에 팬들의 토끼눈은 시작되기 마련이다.
데프콘은 이런 부담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행여나 자신의 출연으로 녹화가 재미 없을까 전전긍긍했을 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승리를 이끄는데 큰 도움을  펼치길 기대했던 그의 부진이 오히려 이 특집의 재미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추격전이라고 언제나 긴장감이 넘치고 지략과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펼쳐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한도전’은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기에 반전 없는 허무한 결과가 오히려 안방극장에 즐거움을 전달했다. 비록 데프콘에게는 더럽게 운수 나쁜 날이었겠지만 시청자들은 오히려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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