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34, 전북 현대)이 써내려 가는 또 하나의 K리그 역사가 많은 재미를 주고 있다. 하지만 그 뒤에 가려진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이동국의 득점 행진이 무섭다. 지난 5월 11일 전남 드래곤즈와 원정경기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던 이동국은 7월 13일 부산 아이파크와 원정경기까지 두 달여가 넘도록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무려 7경기 연속 득점으로 1995년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2000년 김도훈 강원 코치가 기록한 8경기 연속 득점에 이어 공동 3위 기록이다. 안정환(1999년)과 함께 나란히 3위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는 이동국은 오는 16일 대전 시티즌과 홈경기서 황선홍 감독과 김도훈 코치의 기록에 도전한다.
▲ 넘치는 재미와 스토리

당초 이동국의 이번 기록은 예상하지 못했다. 서울전을 시작으로 연속 득점 기록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후 몇 경기서 잇달아 터진 기록은 이동국 특유의 몰아치기라고 생각될 뿐이었다. 하지만 행운이 따랐다. 지난 3일 성남 일화와 홈경기서 골키퍼에게 잡으라고 길게 차 준 공이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갔고, 이동국은 5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하게 됐다. 성남전에서 잠시 숨을 고른 이동국은 포항과 원정경기, 부산과 원정경기서 잇달아 골을 넣어 7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이동국의 연속골 기록은 특이한 점이 있다. 이동국보다 앞서 있는 황선홍 감독이 8경기 연속골(총 10골)을 넣으며 페널티킥 골을 1차례 기록했고, 김도훈 코치가 8경기 연속골(총 11골) 중 페널티킥 골을 2차례 기록한 것과 달리 이동국은 7경기 연속골(9골) 중 아직 페널티킥 골이 없다. 성남전의 골을 제외해도 8골이 필드골이다. 순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동국과 같이 공동 3위에 올라 있는 안정환은 7경기 연속골(총 8골) 중 페널티킥 골을 2차례 넣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이동국은 지난 13일 부산 원정경기서 전반 2반 벤치로 물러나 전반 13분이 넘어서야 그라운드로 들어갔다. 발에 신는 양말 색깔이 동일해야 하다는 규정에 어긋난 양말 착용으로 경기 시작 직후 벤치로 들어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 동안 전북은 프리킥 상황에서 부산에 선제골을 내줬고, 최강희 감독은 불만의 표시로 이동국을 10여분 동안 벤치서 대기하게 했다. 그러나 이동국은 초반의 복잡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 집중해 전반 23분 동점골을 넣어 7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 현장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타이 기록의 순간
7경기 연속 득점 기록을 갖고 있는 안정환은 잡았다. 이제 대한민국 스트라이커 계보의 선배들인 황선홍 감독과 김도훈 코치의 8경기 연속 득점 타이 기록을 눈 앞에 두게 됐다. 다음 상대가 K리그 클래식 14개 구단 중 14위인 대전 시티즌이라는 점은 이동국의 타이 기록 달성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동국의 기록 달성 여부는 현장이 아닌 집에서는 확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일 전북과 대전의 경기가 방송사의 중계 방송에 편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은 글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다.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자극할 수 있는 방송 영상 만큼 사람들의 머릿속에 뚜렷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이동국은 그런 인상을 남길 기회조차 잡지 못하게 됐다. 물론 황선홍 감독과 김도훈 코치의 기록을 경신하는 경기가 아닌 만큼 많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K리그가 김도훈 코치의 타이 기록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나올 수도 있는 8경기 연속 득점 기록을 소홀히 한다는 인상을 감출 수는 없다.
이동국이 대전전에서 골을 넣은 이후 9경기 연속 득점 기록에 도전하는 31일 대구 FC와 원정경기부터 신경쓰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특정 경기의 기록이 아니라 스토리의 연속성을 감안하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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