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2위’ 유희관, 내실은 ‘최고 신인’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7.15 06: 10

엄연히 신인왕 자격을 갖춘 선수인데 주목도는 느린 공과 더 느린 공으로 쏠리고 있다. 공만 느릴 뿐 신인왕 후보 중에는 올 시즌 가장 내실있는 활약상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 두산 베어스 5년차 좌완 유희관(27)이 자신의 공처럼 스멀스멀 신인왕 레이스 선두 자리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유희관은 지난 13일 KIA와의 잠실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8안타 1볼넷을 내줬지만 6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시즌 5승 째를 거뒀다. 선발투수로 본격 전환한지 두 달 밖에 안 된 투수지만 실상은 좌완 에이스다. 시즌 평균자책점을 2.33까지 끌어내리며 2위에 올라 있다. 1위 양현종(KIA, 2.30)과는 불과 0.03 차이다.
2009년 중앙대를 졸업하고 2차 6라운드로 입단한 유희관은 대학리그를 호령했던 좌완 에이스였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예비엔트리에도 승선했으나 130km대 초중반에 그친 최고 구속으로 인해 저평가되어 6라운드까지 떨어졌다. 지명도로만 보면 3라운드 이내였으나 느린 공으로 인해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이 가득했다.

지금은 다르다. 장충고 2년 후배 이용찬의 팔꿈치 수술 여파로 인해 선발까지 가능한 스윙맨으로 훈련한 덕분에 유희관은 계투에서 선발로 성공적으로 전향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야구 시작 이래 단 한 번도 다쳐본 적이 없는 내구성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려 자랑하며 선발 8경기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04의 쾌투를 이어가고 있다. 대학 시절 유희관은 최고의 완투형 에이스 중 한 명이었다.
일본 전지훈련 당시 느린 공과 안정된 제구력으로 인해 일본 구단 관계자로부터 베테랑 투수로 오인받기도 했던 유희관은 엄연한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이다. 신생팀 NC의 주력 선수들인 사이드암 이재학과 주포 나성범, LG의 유틸리티 타자인 ‘문천재’ 문선재 등도 있고 부상을 떨치고 돌아온 SK 한동민 등도 주목할 만 하다.
신생팀 NC 돌풍을 이끄는 이재학과 나성범,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끄는 돌풍 선봉 중 한 명인 문선재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개인 성적만 따져보면 유희관은 충분히 신인왕 레이스 선두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좌완이라는 점과 나이를 생각하면 유희관도 충분히 이슈가 될 수 있다. 만약 유희관이 신인왕 타이틀을 수상한다면 좌완으로는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LA 다저스) 이후 7년 만이며 2011년 신인왕 배영섭(삼성, 당시 만 25세)의 기록을 뛰어넘는 최고령 신인왕 기록이 나온다. 선수 본인은 “아무래도 신생팀 NC 선수들이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손사래를 쳤으나 유희관도 충분히 신인왕 레이스에서 커다란 상품 가치를 지녔다.
“솔직히 욕심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아주 약간이랄까.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아무래도 NC 선수들 쪽으로 신인왕 타이틀이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한 시즌을 치른 결과가 좋다면 타이틀이 따라오겠지요. 지금은 그냥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치르는 것을 우선하고 있습니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결국 계투 요원들의 고생이 더 커지잖아요”. 입담도 좋지만 야구에 다가가는 진지함과 성실함에서도 충분히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신인왕 후보 유희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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