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토종 선발진, ‘대반전’은 우연이 아니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7.15 06: 04

모두가 물음표를 붙였다. 두 자릿수 승은 물론, 풀타임 선발투수를 경험한 이도 전무했다. 후보군의 이름을 살펴봐도 다른 팀에 비해 딱히 우위에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LG 토종선발진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못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반전이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2경기 앞둔 상황에서 LG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3.99로 리그 2위에 자리, 막강 불펜진(평균자책점 3.19·1위)과 함께 LG 마운드를 정상에 올려놓았다. 특히 지난주 4경기에선 선발진 4명이 모두 퀄리티스타트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4연승을 이끌었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레다메스 리즈는 물론, 우규민 신정락 류제국의 토종 선발진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이들의 활약이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가 일찍이 그려놓은 구상이다. 셋 다 시즌을 준비하는 시점부터 선발투수로 올 시즌 보직이 정해져있었고 전지훈련에 임하기 전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어쩌면 이들의 도약은 예고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프로 11년차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은 2010년과 2011년 2년의 경찰청 군복무를 통해 변신을 꾀했다. 스스로 불펜투수란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선발 등판을 요청했고 2011시즌 선발투수로서 퓨처스리그를 지배했다. 그냥 이뤄낸 결과는 아니었다. 결정구가 필요했기에 체인지업을 익혔다. 경기 중 한 타자와 3, 4번 만나는 것에 대비해 투구 동작으로 타이밍을 빼앗는 법도 터득했다.
성공 가능성은 이미 지난 시즌에 드러났다. 2012년 6월 16일 군산 KIA전에 깜짝 선발 등판, 7이닝 1실점으로 프로 입단 10년 만에 첫 선발승을 올렸다. 이후 우규민은 2차례 더 선발 등판했지만 마무리투수 봉중근의 이탈로 다시 불펜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11월 사이판 재활훈련에 참가, 풀타임 선발투수로 전환하기 위해 일찍이 한계 투구수를 늘려갔다. 올 시즌 우규민은 16경기 81⅓이닝을 소화하며 7승 3패 평균자책점 3.43으로 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우규민이 지금 잘하고 있는데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투수다”고 기대감을 보이는 중이다.  
전면 드래프트 첫 해인 2010년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사이드암 투수 신정락은 지난해까지 미완의 대기였다. 1순위 지명자답게 엄청난 구위를 지니고 있었으나 제구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신정락은 입단 후 3년 동안 총합 50이닝도 소화하지 못한 상태였다. 2012시즌도 1군에서는 고작 1경기 ⅔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다. 높은 벽에 마주, 급기야 군 입대를 결정했다.
그런데 벼랑 끝에서 희망이 찾아왔다. 전역 이후를 생각, 제구를 다잡기 위해 투구 폼을 전면 수정해나갔는데, 투수가 부족했던 2군 사정으로 퓨처스리그에 선발투수로 등판하게 된 것이다. 구속은 현저히 줄었지만 안정감을 얻었고 선발 등판하면서 이닝 소화력도 늘려갔다.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마무리 캠프까지 기세가 이어져 군 입대를 미뤘다. 그리고 차명석 투수고치는 신정락을 2013시즌 선발진 후보에 넣었다.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차 코치는 “신정락이 이제야 자신에 맞는 투구 폼을 찾았다. 부상 방지와 제구는 물론, 구속도 자연히 올라가게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차 코치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신정락은 3월 시범경기부터 140km 이상의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구속은 버리고 제구를 잡기 위해 폼을 바꿨다”던 신정락 본인도 자신의 구속이 신기한 듯 웃으며 자신감을 비췄다. 결국 시즌 개막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이름을 올렸고 구속은 점점 빨라지며 140km 중반대까지 찍고 있다.
수술로 입원 중인 차 코치는 지난 9일 8이닝 1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 투구를 펼친 신정락의 모습을 병상에서 바라봤다. 차 코치는 신정락의 투구 내용을 두고 “1회에 던지는 모습을 보니 되겠구나 싶었다. 팔이 위로 올라가지 않았고 릴리스포인트도 옆이 아닌 앞에서 형성되더라. 이것만 되면 신정락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신정락은 16경기 77이닝을 투구하며 3승 4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 중이다.
우규민이나 신정락과는 달리 류제국은 본래 ‘긴 호흡’이었다. 1월말 계약을 체결, 팀 합류가 늦었고 무엇보다 4년 동안 실전경험이 없었던 만큼 신중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첫 실전을 앞둔 상황이라 더 조심해야만 했다. 그래도 보직은 선발투수로 못 박았다. 김기태 감독은 류제국이 LG와 계약하기 이전인 마무리캠프 시점부터 “선발투수를 해왔던 선수인 만큼, 우리 팀에 들어오면 선발투수로 등판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제국은 11년 만에 돌아온 한국야구에 빠르게 적응했다. 퓨처스리그서 개막부터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고 1군 합류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약 한 달이 빠른 5월 19일이 됐다. 류제국은 “팀에 입단하기 전부터 나름 많이 준비를 했다. 많은 경기를 TV로 지켜보기도 했고 꾸준히 훈련에도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류제국은 지난해 공익근무를 마치면 구리 LG 2군 시설에서 땀을 흘렸다.
류제국은 1군 첫 선발 등판부터 선발승에 성공, 9경기 50⅔이닝 4승 1패 평균자책점 3.38로 거침없이 질주 중이다. 빼어난 위기관리능력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차 코치는 류제국을 두고 “스케일이 큰 선수다. 향후 15승은 올리는 대형 투수가 될 수 있다”며 류제국이 올 시즌보다 다음 시즌에 더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LG는 전반기 마지막 2경기인 사직 롯데전에 리즈와 우규민 혹은 신정락을 선발 등판시킬 예정이다. 지난 13일 선발 등판한 류제국은 14일 1군 엔트리서 제외,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선발 등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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