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거포 최형우(30)가 홈런 레이스의 새로운 추격자로 떠올랐다. 7월에만 4개의 홈런을 가동하며 1~2위 최정(SK·18개)-박병호(넥센·17개)를 매섭게 따라붙고 있는 것이다. 전직 홈런왕의 등장으로 레이스가 더욱 흥미로워졌다.
최형우는 지난 12일 대구 삼성전에서 이태양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16호. 이성열(넥센·16개)과 홈런 부문 공동 3위로 뛰어오르는 그는 1~2위 최정-박병호와 격차도 1~2개로 좁히며 추격권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최형우는 담담했다. 그는 "홈런을 치면 기분은 좋다. 그러나 홈런왕에는 정말로 욕심을 내지 않는다. 홈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30개의 대포를 터뜨리며 생애 첫 홈런왕에 오른 경험도 있지만 홈런에 있어서는 무심해졌다.

스스로 아직 만족할 수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홈런을 치더라도 주자가 있을 때 쳐야 한다. 정이나 병호는 만루 홈런도 치고, 스리런 홈런을 많더라. 근데 나는 솔로 홈런이 너무 많다"고 답답해했다. 올해 최정은 솔로 홈런이 12개로 가장 많지만, 스리런 홈런 3개에 만루 홈런도 2개를 쳤다. 박병호도 스리런 홈런만 6개를 폭발시켰다.
반면 최형우는 투런 홈런 3개, 스리런 홈런 2개를 쳤을 뿐 솔로 홈런만 11개나 된다. 결국 주자가 많을 때 치지 못했다는 게 최형우의 중심타자로서 갖는 책임감이다. 그는 "홈런도 좋지만 득점권에서 잘 쳐야 한다. 최근 득점권에서 좋지 않았다. 중심타자라면 타점을 많이 올리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홈런보다는 타점이 우선"이라고 했다.
최형우는 52타점으로 이 부문 전체 7위에 랭크돼 있다. 득점권 타율도 3할5푼5리로 5위에 올라있다. 팀 내 홈런과 타점 1위에 오르며 삼성이 전반기 1위를 차지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어느덧 홈런왕 경쟁에도 당당히 뛰어들었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안 돼 담담하다.
하지만 최형우는 삼성 팀 내에서 유일하게 전반기 73경기 모두 선발출장하며 2008년과 2011년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 전경기 출장을 노리고 있다. 삼성 투수들은 매경기 언제나 나오는 최형우의 존재를 고마워한다. 언제든 홈런과 타점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매경기 나온다는 건 투수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다. 최형우의 진정한 가치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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