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긴 고졸 투수 신화, 제2의 류현진은 언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16 06: 11

2006년 한국프로야구에는 말 그대로 하나의 괴물이 등장했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류현진(26, LA 다저스)이었다. 그러나 그 후 고졸 투수의 신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신인드래프트의 트렌드가 다시 고졸 투수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제2의 류현진이 언제쯤 탄생할지도 관심거리다.
동산고를 졸업한 류현진은 2006년 30경기에 나가 18승6패 평균자책점 2.23의 맹활약을 선보였다. 201⅔이닝을 던지며 204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신인왕은 당연했고 리그 최우수 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2000년대 들어 이승호(2000년, 당시 SK), 오재영(2004년, 당시 현대)에 이어 세 번째 고졸 투수 신인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2007년에도 임태훈(두산)이 64경기에 나가 7승3패1세이브20홀드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순수 고졸 투수 신인왕이 탄생했다. 비록 신인왕을 받지는 못했지만 김광현(SK)이라는 걸출한 신인이 등장을 알린 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로는 좀처럼 이런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순수 고졸 투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투수 신인왕도 2009년 이용찬(두산) 한 명에 그쳤다. 2008년 최형우(삼성), 2010년 양의지(두산), 2011년 배영섭(삼성), 2012년 서건창(넥센) 모두 야수였다.

최근 트렌드도 대졸 투수들이 입지를 넓혀가는 추세였다. 전반적으로 투수들의 비중이 줄어가는 양상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KT가 2명의 우선 지명권을 모두 고졸 투수(심재민 유희운)에게 쓴 것을 비롯, 10명의 1차 지명자 중 임병욱(넥센)과 강민국(NC)를 제외한 나머지 8명도 고졸 투수로 채워졌다. 전반적으로 대학의 인재풀이 넓지 않다는 평가라 고졸 투수들의 강세는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명과 성공은 어디까지나 별개의 이야기다. 2013년 신인지명자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고졸 투수는 전무한 실정이다. 그만큼 고졸 투수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선 한국프로야구의 수준 향상이 ‘괴물 고졸 루키’의 탄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싱싱함과 낯설음을 무기로 이어졌던 고졸 투수들의 설 자리가 비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들의 득세도 고졸 투수들이 부딪히는 거대한 벽이다. 올 시즌 총 19명의 외국인 선수 쿼터가 모두 투수로 채워지면서 그만큼 팀 내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는 것 자체도 어려워졌다. 선동렬 KIA 감독도 제2의 류현진 출현 가능성에 대해 “일단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으로는 고졸 투수들의 기량 저하와 몸 상태를 원인으로 뽑는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고교 시절 좋은 활약을 펼쳤던 대다수의 선수들은 몸에 이상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각 팀들도 고정된 자리에 대한 엄두를 내지 못한다. 어쩌면 류현진의 경우가 특이한 케이스였다”라고 진단했다. 상위 순번에 지명된 선수일수록 혹사논란에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고졸 투수들은 신인지명자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자리를 잡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리그에 약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더 이상 스타가 탄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류현진-김광현으로 대표되는 신예들의 맹활약 당시 한국프로야구는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스타들을 얻었다”라고 환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평가를 받는 선수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프로야구지만 새로운 스타들의 출현이 뜸하다면 장기적인 흥행에서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리그의 질과도 관계된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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