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과 '칼과 꽃', 날카롭고 예쁘기 위해 필요한 시간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07.16 08: 15

[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늦게 핀 꽃이 더 큰 열매를 맺는다'는 글귀가 있다. 배우 엄태웅과 김용수 PD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최근 KBS 2TV 수목드라마 '칼과 꽃'의 초반 부진을 두고 많은 말들이 나온다. 이 드라마는 엄태웅과 김용수 PD가 지난해 '적도의 남자'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하는 작품이다. 엄태웅은 김 PD의 차기작이란 점에 이끌려 큰 고민 없이 '칼과 꽃' 대본을 집어들었을 만큼 연출자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 김 PD 역시 자신이 처음으로 메인 연출했던 '적도의 남자' 주연 엄태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가 신뢰하고 의지하며 두 번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 성적은 다소 맥이 빠진다.
동시간대 시청률 20%를 돌파한 괴물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버티고 있고, 고현정 주연 MBC '여왕의 교실'이 먼저 전파를 타기 시작했던 만큼 애초에 '칼과 꽃'이 자리를 잡기란 녹록치 않은 판이었다. 무엇보다도 최근 미니시리즈 중 시청률 20%를 넘기는 작품은 드물었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탄력을 받고 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의 대진운은 상당히 심각하다. 이 말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종영하기 전까지는 '칼과 꽃'이나 '여왕의 교실' 입장에서 빼앗아 올 수 있는 시청률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몇년새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의 평균 시청률은 3사를 총합해 30%대가 평균치다.

현재까지 총 4회를 내보낸 '칼과 꽃'의 시청률 추이는 1회 6.7%, 2회 6.4%, 3회 5.4%, 4회 5.3%로 나타났다. 소폭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기록이 하락한 상황이다. 반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고 20% 고지까지 돌파한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칼과 꽃'이 돌연 시청률 두 자릿수에 올라서고 라이벌을 맹추격하는 상황같은 건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청률이 이렇게 저조한 원인에 대해 연출력이나 편집, 일부 배우의 미흡한 연기력 등에 대한 분석들도 꾸준하다. 전작인 '적도의 남자'에서도 기성의 카메라 앵글을 벗어난 점이나 화면 배치, 장면 전환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독특하단 평가를 받았던 김 PD는 '칼과 꽃'에 이르러 그 참신하고 고집스런 연출력에 더욱 힘을 준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실험적인 연출이라고 평할 정도로 영상미는 아름답지만 편집은 독특하고 사실상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꽤나 불친절한 기분도 들만 하다. 그 와중에 여주인공 김옥빈은 극의 전체 분위기와 동떨어진 다소 튀는 연기를 보인다는 지적까지 들어야 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상하게(?) '칼과 꽃'의 남은 여정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엄태웅과 김 PD의 뚝배기 같은 저력 때문이다. 엄태웅과 김 PD는 지난해 첫 호흡을 맞춘 '적도의 남자' 역시 동시간대 꼴찌에서 스타를 끊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하지원-이승기 주연의 '더 킹 투하츠'와 박유천 주연의 '옥탑방 왕세자'에 밀려 최악의 출발을 했던 '적도의 남자'는 회를 거듭하며 탄력을 받았고 중반부엔 결국 동시간대 정상을 차지해, 종영할 때까지 왕좌를 내려오지 않았다. 연출에 대해 다소 난해하고 독특하다던 평가는 신선하고 흥미롭다는 평가로 바뀌었고 엄태웅의 시각장애 연기와 복수 스토리가 흥미를 더해가며 뒷심을 끌어올렸다.
그래서 엄태웅과 김 PD의 의기투합은 초반보다는 뒷심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엄태웅이란 배우 자체가 뒤늦게 연기력으로 주목받았고 KBS '1박2일'을 통해 예능늦둥이로 재발견됐다는 점을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에게 서서히 불붙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또 김 PD와의 합작이, 천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할 가능성은 '적도의 남자'가 완성도와 흥행 면에서 고르게 호평받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막을 내렸던 전례를 감안할 때, 분명 기대해봄직 한 일이다. 시간을 주자. '칼과 꽃', 그리고 엄태웅과 파트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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