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고교생이던 두 명이 일년 만에 한국 성인농구대표팀의 마지막 희망이 됐다.
아시아선수권 3위 입상을 노리는 남자농구대표팀이 17일 진천선수촌에 다시 소집돼 최종담금질에 들어간다. 존스컵을 3위로 마친 대표팀은 15일 귀국했다. 30일 아시아선수권이 열리는 결전지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하기 전까지 약 2주의 시간이 남았다.
프로팀 수장인 유재학(모비스) 대표팀 감독과 이상범(인삼공사) 대표팀 코치는 다음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KBL 외국선수 트라이아웃도 마다한 채 대표팀에 올인할 생각이다. 한국농구의 운명이 이번 아시아선수권 성적에 달려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시아선수권에서 최소 3위를 획득해야 내년 스페인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딸 수 있다.

존스컵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는 높이와 체격의 열세였다. 힘에서 밀리다보니 자리선점을 못했고, 리바운드를 대량 허용해 패인으로 작용했다. 유재학 감독은 “힘에서 밀려 자리를 내주다보니 트랩디펜스 등이 아무 소용없었다. 준비한 수비전술을 조금씩 다 써봤다. 오전에 연습한 패턴을 오후 경기에 써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국이 아껴둔 예비전력은 없는 셈이다.
대표팀 빅맨은 김주성, 이승준, 김종규, 이종현 4인 체제다. 이승준이 최종낙점을 받고 최부경은 제외됐다. 이제 코뼈 부상때문에 존스컵을 뛰지 못한 막내 이종현의 회복세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유재학 감독은 이종현에 대해 “대만에서 매일 뛰는 건 숨이 넘치게 시켰다. 17일 최종검사를 받는다. 이제 본인이 마스크라도 쓰고 나와야 한다. 볼 만지는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종현이 돌아온다고 당장 구세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종현이 뛰지 못하면 대표팀 빅맨 로테이션은 그대로 붕괴된다.
또 다른 카드는 최준용이다. 유재학 감독은 “상대 포워드라인이 다 2미터였다. 가드 로테이션은 5명이면 충분했다. 차라리 장신포워드 한 명을 더 뽑는 게 낫다고 봤다”고 했다. 이어 “최준용이 족저근막염이 있다고 들었는데 대학경기 40분을 다 뛰는걸 보고 뽑았다. 강상재는 24명 명단에 없어 애초에 뽑을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유재학 감독이 당장 최준용에게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아니다. 최준용은 성인대표팀 경험이 전무하고 유재학 감독의 지도를 받은 적도 없다. 다만 내외곽에서 모두 득점이 가능하고, 리바운드 경합을 할 수 있는 장점이 뚜렷하다. 최진수가 어깨부상으로 제외된 가운데 당장 프로에서도 최준용만한 장신포워드는 없다.
유 감독은 “최준용이 19세 세계선수권에서 하는 것을 봤다. (윤)호영이 한 명으로 수비전술을 할 때 장신숫자가 부족했다. (최준용이) 그 자리에 들어가 리바운드를 따주는 정도 역할이다. 당장 대표팀에 큰 변화는 없다”고 했다.
경복고 동기생인 이종현과 최준용은 지난해 고교무대를 평정했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둘은 18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준우승을 합작한 사이다. 또 중동팀에게 전력노출이 되지 않은 ‘히든카드’이기도 하다. 이종현과 최준용은 향후 한국농구 10년 이상을 책임질 대형선수다. 그들은 아시아선수권에서 대표팀에 당장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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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최준용 / 대학농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