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몸이 안 좋았냐, 그렇게 물어보는데서 그치고 싶었는데..."
'믿음의 축구'를 구사하는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오랜만에 '짠소리'를 했다. 좀처럼 듣기 힘든 박 감독의 '짠소리'를 들은 선수는 약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게 된 '레인메이커' 서동현(28)이다.
서동현은 참으로 오랜만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동아시안컵 대표팀에 선발됐다. 2008년 이후 무려 5년 만. 갑작스러운 슬럼프에 빠져 부진을 거듭하며 정상에서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서동현은 수원에서 강원으로, 강원에서 다시 제주로 트레이드되며 축구인생의 고비를 겪었다. 하지만 지난 해 제주에서 12골을 몰아넣으며 '레인메이커'의 부활을 알렸다.

5년 만에 다시 대표팀에 승선한 서동현의 기쁨이 얼마나 클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문일까, 대표팀 발탁 후 열린 13일 수원전에서 서동현이 보여준 모습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박 감독 역시 19라운드 울산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부분을 지적했다.
박 감독은 "서동현이 우리팀에 와서 제 기량을 찾아 좋고, 본인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대표팀에 뽑힌 후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며 "본인이 느끼게끔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원래 계획은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서동현이 스스로 깨닫게 하려는 것이었다. "너 몸이 안 좋았냐." 그렇게 짧고 굵게 이야기해 자기 플레이의 부진함을 깨우치게 하려는 의도. 하지만 제자를 아끼는 마음은 퉁명스러운 한 마디로 끝나지 않았다.
박 감독은 "원래 내 스타일이 그런 이야기를 안하는 편이다. '너 몸이 안 좋았냐' 여기서 그치고 싶었는데, 선수 본인이 책임감을 갖고 해줘야 하는데 수비 가담도 그렇고 몸을 사리는 것 같았다. (경기에서)부진했다는 뜻도 되고, 그만큼 감독인 내가 (서동현에게)많이 기대를 하고 있다는 뜻도 있다"며 짠소리의 배경을 밝혔다.
이날 경기서도 서동현은 박 감독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박 감독은 "본인도 의지를 갖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라 본다. 앞으로 발전해나가야할 사항은 좀 더 볼 소유를 해줘야한다는 것"이라며 "(울산전에서)전방에서부터 끊기면서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게 됐다. 그런 부분을 대표팀 가서 더 발전시켜서 한단계 더 끌어올려야할 것"이라고 충고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대표선수라면 팀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팀내 비중이 커진만큼 사명감도 분명 더 커져야한다"며 서동현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5년의 부진을 딛고 대표팀에 돌아온 서동현을 향한 박 감독의 애정어린 짠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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