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 발야구‘ 김동한, “저 오래 남고 싶어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7.17 07: 40

“미안하다. 우리가 정말 고민 많이 했는데 널 포함시키지 못했다. 못 데려가서 정말 미안하다”.
지난 1월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황병일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는 한 내야수에게 거듭 미안하다고 밝혔다. 성실한 데다 이미 2군에서는 타 팀이 탐내는 2루수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손꼽혔으나 두꺼운 야수층으로 인해 전지훈련조차 참여하지 못하고 잔류조로 편성하는데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3년차 내야수 김동한(25)이다. 그 김동한이 내야 땅볼에 2루에서 홈까지 파고드는 천금 쐐기점으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2루수 중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뒤늦게 1군으로 부름을 받은 김동한은 지난 16일 잠실 NC전서 4-1로 앞선 8회말 홍성흔의 대주자로 나선 뒤 오재원의 볼넷으로 2루까지 진루한 데 이어 이원석의 1루 땅볼 때 득점을 올렸다. 그런데 이는 3루 주자로 올린 것이 아니라 2루에 있다가 그대로 홈까지 파고 든 주루였다.

상황은 이렇다. 이원석이 1루 쪽으로 범타를 때려내며 1루수 모창민이 타구로 향했고 투수 임창민은 베이스커버를 위해 1루 베이스로 가던 중이었다. 대체로 이 경우 투수는 1루 베이스 커버를 우선시 하며 공의 방향을 주시하게 마련. 선행 주자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은 바로 그 다음 순서다.
이미 김동한은 임창민이 투구 동작에 들어가는 순간 곧바로 스타트를 끊어 3루에 안착한 뒤 타구가 1루 측으로 향했다는 것과 임창민이 베이스커버를 향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포착하고 곧바로 홈플레이트로 돌진했다. 임창민이 뒤늦게 김동한의 홈 쇄도를 발견했으나 홈으로는 송구하지 못하고 그 틈을 또 공략하며 3루로 향한 오재원을 잡기 위해 던졌다. 과거 주전 2루수였던 고영민이 이따금씩 보여주던 센스 있고 과감한 베이스러닝이었다.
장충고-동국대를 거치며 국가대표로도 선발되었으나 175cm 73kg의 왜소한 체구로 저평가되어 2011년 8라운드 지명되었던 김동한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서 55경기 3할1푼8리 3홈런 30타점 26도루를 기록하며 2군 최고의 2루수로 활약 중이다. 그나마도 4할에 육박하던 타율이 떨어진 것이다. 6월 초순만 하더라도 김동한의 2군 타율은 3할대 중후반이었다.
그러나 두꺼운 두산 내야 선수층으로 인해 확실한 1군 경기 출장 기회는 커녕 해외 전지훈련조차 가지 못했던 김동한이다. 지난해 10경기 8타수 3안타 2도루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2군으로 내려갔던 바 있다. 재능이나 실력이 없다기보다 말 그대로 운이 없는 유망주다.
경기 후 김동한은 “1루에 허점이 보여 바로 뛰어들었다. 2루에서 스타트 동작도 빠른 편이었다. 머릿속에 항상 그러한 상황을 그려넣고 있고 그 상황을 풀어가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선수가 미리 준비하고 상황이 펼쳐지자 득달같이 달려든 약속된 플레이. 김진욱 감독은 “김동한의 쐐기 득점이 승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1군에서 제 역할(대주자-대수비)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팀이 제게 원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주자로 나가서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격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습니다. 1군에서 정말 오래 살아남고 싶어요”. 간절함은 최고의 센스 주루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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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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