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갈길 바 쁜 KIA의 덜미를 제대로 잡았다. 9회이후 승부를 뒤집으며 KIA의 9회 공포증을 재현시켰다.
한화는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8-3으로 재역전승했다. 올 시즌 최장 5시간28분 혈전에서 따낸 시즌 첫 연장 승리. 한화가 3할대(0.306) 승률에 복귀한 반면 KIA는 2연패를 당하며 순위 싸움에서 한 발짝 밀려났다. 결국 KIA가 9회초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게 이날 경기를 갈라놓았다.
두 팀의 9회 징크스가 그대로 나타난 경기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한판이었다. 한화는 비록 최하위에 머물러있지만, 의외로 9회 이후 승부를 뒤집는 집중력이 뛰어나다. KIA는 고질적인 마무리투수의 부재로 9회만 되면 심장이 두근두근한 경기를 하기 일쑤다.

한화는 올해 리그 최하위이지만 9회 이후 역전승이 3승으로 9개팀중에서 가장 많다. 지난 5월7일 마산 NC전에서 3-4로 뒤지던 경기를 9회초에만 대거 4득점을 올리며 8-4로 역전승했고, 이튿날 이어진 NC전에서도 3-4로 뒤진 9회초 3득점을 거둬들이며 6-4 역전승을 따냈다.
이날 KIA전에서도 2-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9회초 KIA 마무리 송은범을 상대로 대타로 나온 추승우의 풀카운트 볼넷을 시작으로 고동진의 동점 2루타가 터지며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연장 12회초 대거 5득점을 폭발시키며 8-3으로 승리했다. 9개팀 중 유일하게 끝내기 승리는 없지만 9회초 상대를 무너뜨리는 집중력 만큼은 대단하다. 9회 이후 득점도 38점으로 최다.
반면 KIA는 또 다시 9회 공포증에 시달려야 했다. 올해 KIA는 역전패가 16패로 NC(25패)-한화(19패) 다음으로 많다. 8~9위팀들을 제외한 중상위권 순위 다툼을 벌이는 팀 중에서는 가장 많은 역전패. 특히 9회 역전패가 3패로 롯데(4패) 다음으로 많다. 앤서니 르루, 송은범 등 마무리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8회 역전패도 3패로 8~9회 역전패 6경기는 리그 최다 기록이다.
KIA는 9회 이후 실점도 40점으로 NC(59점) 다음으로 많은 팀이다. 불펜 평균자책이 무려 5.21로 이 역시도 NC(5.6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 9회만 되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연장전에서도 1승3패2무로 승률이 높지 않다. 9회를 막지 못하면 그 이후에도 승산이 없다. 그러나 여전히 9회를 책임질 수 있는 확실한 소방수의 부재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한화는 9회 이후 승부를 뒤집으며 매서운 고춧가루 부대 면모를 보여줬다. 반면 KIA는 최하위 팀에 의외의 일격을 당하며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게 됐다. 이날 경기가 향후 리그 판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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