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울버린' 정체성 고민 안고 일본으로 간 휴 잭맨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7.17 09: 24

할리우드 히어로물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울버린에게도 변함이 없었다. 다만 그 고민이 영화를 풍성하게까지 했는지는 의문이다.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집단 엑스맨에서 대표 캐릭터로 일컬어지는 울버린의 단독 스토리를 그린 영화 ‘더 울버린’(제인스 맨골드 감독)이 12일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영원불멸의 삶에 염증을 느낀 울버린이 히어로서의 능력을 버리고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1982년부터 연재된 울버린의 이야기를 다룬 네 편의 미니시리즈를 기반으로 전작인 ‘엑스맨:최후의 전쟁’ 스토리와 연결해 울버린이 자신의 연인이었던 진 그레이를 직접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죄책감과 홀로 남겨진 고통으로 괴로워 한다는 설정이 일본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자가 치유 능력을 지닌 로건/울버린(휴 잭맨)은 남북전쟁을 비롯해 1,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속에도 생명을 이어온 영원불사의 존재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차례로 떠나보내며 괴로워한다. 영원히 사는 삶이 축복이 아니라고 여기게 된 로건에게 때마침 과거 생명을 구해준 일본인 친구 야시다(야마노우치 할)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이에 로건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일본으로 건너온 로건에게 야시다는 꺼져가는 자신의 삶을 대신해 영원불멸의 비결을 건네 줄 것을 제안하고 이에 히어로 울버린의 고민이 시작된다. 때마침 야시다의 손녀인 마리코(오카모토 타오)가 할아버지의 막대한 부를 노리는 야쿠자로부터 납치당하며 로건은 자신의 히어로 기질을 이용해 구원에 나서고 동시에 음모에 휘말린다.
영화는 이 같은 과정을 그리며 극의 주요 배경으로 일본을 사용, 곳곳에 일본 문화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을 드러낸다. 나가사키 원폭의 피해국이자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군국주의의 토대가 된 일본의 뿌리 깊은 사무라이 정신은 ‘더 울버린’ 속 야시다 가문을 떠받치는 주요 설정으로 사용된다.
유머를 첨가하기 위해 등장하는 신에도 일본을 향한 외부의 시선이 이용되는데, 목욕통에 로건을 빠뜨린 후 떼를 밀어주는 장면에서는 폭소를, 기상천외한 콘셉트의 러브호텔 신을 통해서는 변태 성문화로 이름이 난 일본의 이미지를 읽게 한다.
영화의 핵심 갈등은 히어로로서의 능력에 회의를 품는 울버린의 정체성 고민이지만, 이 같은 요소를 영화를 달리게 하는 동력으로 보기엔 어렵다. 울버린은 시시때때로 죽은 여자 친구의 환영에 사로잡히지만, 그 보다 앞서 생전 처음 보는 일본인 여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몸을 날리는 데 훨씬 익숙하다.
울버린의 능력을 순간적으로 앗아가는 적대자 바이퍼(스베트라나 코드첸코바)의 존재도 그리 위협적이진 않다. 바이퍼가 심어놓은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택하는 울버린의 절체절명의 선택도 탁월하게 여겨지진 않는다.
7월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에 러닝타임은 128분이다.
sunh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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