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한지혜가 추천한 힐링에세이, ‘당신이 나를 부족하게 한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3.07.17 17: 37

◆당신이 나를 부족하게 한다/ 이지영 지음/216쪽 1만3000원/푸른봄
여행을 떠나면 말이 많아진다. 아니, 사실은 생각이 많아진다. 여행은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양식과 같다. 문제는 여행에서 돌아와 일상에 젖어드는 순간, 풍요로움으로 부풀어 올랐던 기억의 알맹이들이 쉬 바람이 빠져버린다는 것. 여행지에서의 기록은 그래서 중요하다.
30대 중반, 인생을 깊이 생각할 나이의 이지영 작가는 파리, LA, 도쿄 그리고 그 밖의 도시에서 마주한 인상적인 풍경과 순간의 생각들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여행과 일상의 경계에 서 있기에 여행자도 생활인도 볼 수 없는 도시의 ‘사이’를 포착해 에세이집 ‘당신이 나를 부족하게 한다’를 펴냈다.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낯선 이와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LA의 버스 기사 아저씨와의 만남, 최고의 데이트 장소가 아닐까 생각되었던 자연사 박물관에서의 이야기, 파리지앵과 함께 했던 시 낭송회의 풍경 등 특별했던 순간들이 감각적인 언어로 활자화 됐다.
이지영 작가는 “손주에게 들려줄 이야깃거리가 많은 할머니가 되기 위해”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프랑스에서 미술, 음악, 사진, 패션 공부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 영향을 받았고 유학 후 영화기자가 됐다. 감독, 작가, PD 등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극을 받아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작가는 기자 출신이라는 이력에 맞게 경계인이라는 포지션을 절묘하게 지켜나간다. 여행자이지만 최대한 현지인 척하며, 여행자과 생활인의 경계에서 ‘사람과 삶’을 바라보았다.
에세이 ‘당신이 나를 부족하게 한다’는 그래서 구구절절하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기보다 간결하고 압축된 글로 특별한 인상을 건져올린다. 독특한 시선과 아름다운 색감으로 눈길을 잡아끄는 사진이 글에 감성을 더한다. 한번쯤 여행을 경험했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낯설지만 설레고, 생경하지만 가슴 뛰었던 여행의 감정을 복기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일상에서 문득 나를 그리움에 젖게 했던 추억들과 여행지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던 그 무엇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모여 이 책이 됐다”고 말한다.
 
배우 한지혜는 “같은 곳을 여행했다 하더라도 그 지점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그 ‘다름’에 여행 에세이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이 책은 특별한 시선과 감성 넘치는 사진으로 그런 지점을 길어올려 보여준다. 그것도 느낌있는 글과 사진으로 멋진 재료를 더욱 멋지게 버무려 내었다”고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추천사에서 “부족함과 그리움은 형제지간이다. 나의 부족함이 너를 그립게 만든다. 늘 땅바닥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가끔 허공에 한 발 정도 들려진 상태로 걷는 시간이 필요하다. 날지 못하는 부족함이 새의 날개를 그리워하듯이 우리는 늘 이편에 서서 저편을 바라보기 마련이니까. 이 책이 내겐 그렇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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