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후반기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문우람(21)이 1군 엔트리에 등록됐을 때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우람이 몇 경기에서 인상깊은 보살을 성공시켰을 때도 단지 수비를 잘 하는 어린 '원석' 정도에 불과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난해 25경기 타율 2할3푼1리로 시즌을 마친 문우람에 대해 "젊음 만으로 외야를 뚫을 수는 없다"고 조언했다.
문우람은 올 시즌도 2군에서 시작했다. 2011년 신고선수로 넥센에 입단할 때부터 야망이 컸던 문우람이지만 넥센 외야는 장기영, 이택근, 유한준, 오윤, 이성열, 송지만 등 베테랑으로 이미 꽉차 있었다. 그는 그러나 "그러면 더 노력하면 된다"고 웃으며 올 봄 내내 강진에서 1군에 올라가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던 그에게 시즌 도중 찾아온 기회는 반대로 말하면 팀의 위기였다. 문우람은 넥센 1군 자원들의 잇단 이탈로 빈 엔트리를 채우기 위해 지난달 22일 NC전을 앞두고 1군에 올라왔다. 문우람은 첫날 팀의 8연패를 끊은 뒤 다음날 2안타 2볼넷 3득점으로 팀의 연승을 이끌며 '복덩이'로 떠올랐다.
문우람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온 기회는 다시 놓치지 않았다. 그는 서건창의 부상으로 공석이 됐던 리드오프 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며 15경기에서 27안타(2홈런) 19득점 6타점 타율 4할2푼9리로 맹활약했다. 멀티 히트가 8차례, 3안타 이상은 5차례나 된다. 경기 수는 적지만 내실 있는 활약이 많았다.
그에게서는 지난해 김민성의 부상을 메우는 것을 넘어 악바리 같은 모습으로 신인왕까지 꿰찬 팀 선배 서건창의 '향기'가 난다. 신고선수 출신이라는 것과 팀의 위기 때 혜성 같이 나타나 큰 힘이 됐다는 것. 그리고 상대 투수를 압도하는 눈빛에서 두 선수는 꼭 닮아 있다. 넥센은 매년 선수들의 절실함으로 전력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넥센 코치진은 입을 모아 "우람이는 정말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기 때문에 잘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문우람은 이제 단지 시작하는 단계지만 실력과 노력을 함께 갖춘 선수라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올해 전반기가 그의 진짜 야구 인생의 맛보기 예고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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