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트 트리오‘, 두산의 믿는 구석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7.18 06: 53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만큼 부침도 있었으나 어느 순간 3인 선발 주축 체제가 갖춰졌다. 좀 더 검증기를 거쳐야 하는 투수도 있으나 일단 경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튼실한 토대를 마련한 만큼 후반기 도약을 노린다. 두산 베어스 선발 노경은(29)-유희관(27)-더스틴 니퍼트(32) ‘노희트 트리오’는 이제 팀의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전반기를 40승2무33패(4위)로 마치며 막판 상승세 속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게 된 두산. 투수진의 부침과 기복 속에서 쉽지 않은 전반기를 보낸 두산 투수진에서 수훈갑으로 꼽을 만한 이들은 바로 선발진 주축으로 자리한 노희트 트리오다. 지난해 12승을 거둔 뒤 새로운 에이스로 중책을 맡은 노경은과 롱릴리프에서 선발로 전격 전환한 왼손의 신데렐라 유희관. 그리고 3시즌 동안 36승을 거두며 ‘귀화시켜 갖고 싶은 남자’가 된 니퍼트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80회로 8개 구단 중 1위를 기록하며 장밋빛 꿈을 꾼 두산. 그러나 지난해 11월 홍성흔의 FA 보상선수로 5선발 김승회가 롯데 이적한 뒤 2월 이용찬의 팔꿈치 수술, 3년 만의 복귀가 예상되던 켈빈 히메네스의 합류 불발에 이은 외국인 좌완 개릿 올슨의 부상-슬럼프 릴레이가 겹치며 구상도가 완전히 어그러졌다. 강한 선발진으로 경기를 만들 것이라던 두산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는 듯 했다.

그 가운데 버팀목이 된 이들은 바로 세 명의 선발들. 박복한 승운과 무너진 밸런스, 조급해진 마음으로 슬럼프를 겪던 노경은은 최근 4연승을 달리며 17경기 6승5패 평균자책점 3.67로 다시 점프했다. 기복이 있기는 했으나 노경은은 전반기 동안 103이닝을 소화하며 9개 구단 국내 투수들 중 가장 많은 이닝을 기록했다. 안 좋아도 자신의 순번을 제대로 지킨 개근 선발이다.
슬로볼러 유희관은 필승 카드 오현택과 함께 올 시즌 두산 투수진이 발견한 최고의 수확물. 데뷔 처음으로 풀타임리거가 된 유희관은 아르바이트 선발로 나서다 어느 순간 제 재능을 찾고 정규직 선발로 자리를 굳혔다. 유희관의 올 시즌 성적은 26경기 5승1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2.33으로 평균자책점 부문 2위. 최고 구속은 137km 정도에 그쳐도 느리고 느리고 더 느린 공으로 완급조절 능력을 보여주며 타자를 무너뜨린다.
목 통증으로 세 차례 로테이션을 거르기도 했으나 니퍼트는 니퍼트였다. 올 시즌 니퍼트는 16경기 10승4패 평균자책점 3.40으로 전체 투수들 중 가장 먼저 10승 테이프를 끊었다. 로테이션 세 차례를 걸렀어도 총 106이닝으로 전체 8위이며 경기 당 6⅔이닝 가량을 소화했다. 개근은 못했어도 정근은 성공한 우등생 선발이다.
김진욱 감독도 전반기를 돌아보며 이 세 명이 붙박이 선발로 자리잡은 데 대해 “우리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세 명의 선발 투수들은 정말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단기전은 미치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 한 경기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선발 투수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 원투쓰리 펀치를 갖췄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좀 더 수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다준다.
물론 더 큰 과제가 남아있다. 전반기 동안 가장 좋은 타력을 과시한 타선이 변함없이 그들의 뒤를 돌봐줘야 한다는 것. 니퍼트야 검증된 외국인 투수로 자리잡았으나 앞서 등판을 거른 세 차례처럼 갑작스레 로테이션에 공백을 남긴다면 곤란해진다. 노경은은 전반기 보여줬던 기복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유희관도 부상과 커다란 슬럼프 없이 후반기를 온전히 치러야 한다. 전반기 뛰어난 수훈은 인정하더라도 그만큼 더욱 후반기에 집중을 해야 한다.
강력한 선발들이 경기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계투진-야수진의 피로도가 굉장히 높아진다. 그래서 모든 지도자들은 주축 선발 투수들의 꾸준한 활약을 원한다. ‘노희트 트리오’라는 새 무기를 선발진에 장착한 두산은 후반기 완연한 상승세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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