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결산] 팬들 이목 집중시켰던 '그때 그 경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18 06: 20

2013년 한국프로야구가 전반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제 9개 팀은 19일 포항구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을 전후로 5일에서 8일의 휴식 시간을 갖게 된다.
7월 17일까지 올 시즌 프로야구는 총 333경기를 소화했다. 이 333경기에서 430개의 홈런이 나왔고 4510개의 탈삼진이 기록됐으며 377개의 실책이 팬들이 웃고 울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333경기 중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경기로는 어떤 경기들이 있었을까. 팬들에게는 매 경기가 소중하고 기억에 남겠지만 그 중에서도 몇 경기를 선정해봤다.
▲ NC의 첫 승리를 막은 김문호

- 4월 3일 롯데 3-2 NC(마산구장)
올 시즌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 9구단 NC는 ‘PK 라이벌’ 롯데를 홈으로 불러들여 첫 승을 노렸다. 역사적인 2일 첫 경기에서는 그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3일에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1-2로 뒤지고 있던 9회 마지막 공격에서 NC는 선두 조영훈이 상대 중견수 전준우의 실책성 플레이를 틈타 2루까지 내달렸다. 이어진 상황에서 이호준이 상대 마무리 정대현을 상대로 우익선상으로 빠지는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마산구장이 들썩였다.
권희동의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든 NC는 이현곤이 좌익수 방면 뜬공을 때렸다. 3루 주자가 들어오기는 무리가 없어 보였던 타구였다. 그러나 롯데 좌익수 김문호의 레이저 송구가 홈으로 향했고 결국 대주자 박헌욱이 홈에서 아웃되며 끝내기의 기회가 날아갔다. 첫 승을 예감하며 덕아웃 밖으로 뛰쳐나왔던 NC 선수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NC는 결국 연장전에서 졌고 첫 승을 위해서는 그 후 6경기가 더 필요했다.
▲ 대전을 눈물바다로 만든 승리
- 4월 16일 NC 4-6 한화(대전구장)
지난해 최하위였던 한화는 프로야구 최다승 감독인 김응룡 감독에 지휘봉을 맡기고 체질 개선과 성적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렸다. 그러나 두 마리 중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표류했다. 그 결과는 개막 후 13연패라는 최악의 성적이었다. 일단 ‘1승’이라는 성과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한화는 총력전을 펼쳤고 그 결실은 시즌 14번째 경기였던 4월 16일 NC전에서야 나타났다. 하위권 팀들의 대결이었지만 시청률이 당일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을 정도로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어이없는 실책으로 자멸하곤 했던 한화는 1회 3점, 2회 1점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풀어갔다. 1회에도 정현석의 포구 실책이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3회 김태균 최진행의 연속 적시타로 3점을 쫓아갔고 5회에는 김태균의 2점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바티스타에 이어 송창식이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켰다. 김응룡 감독의 눈에도, 주장 김태균의 눈에도, 그리고 대전구장을 찾은 한화 팬들의 눈에도 모두 촉촉한 물기가 고인 날이었다.
▲ 10점차 뒤집은 ‘기적’의 SK
- 5월 8일 두산 12-13 SK(문학구장)
1회에만 9점을 내줬다. 3회까지의 점수는 1-11. 선발은 일찌감치 무너졌고 팬들도 하나둘씩 경기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누구나 경기를 포기할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SK의 선수들은 주전과 백업을 가리지 않고 투지를 불태웠다. 그 결과는 10점차 역전승. 역대 최다 점수차 역전승으로 SK가 한국프로야구 역사를 다시 쓴 경기였다.
선발 여건욱의 난조 속에 1-11로 뒤진 SK는 차근차근 추격전을 전개했다. 5회 1점, 6회 4점을 쫓아갔다. 그러나 8회가 시작되기 전 점수는 여전히 6-12로 거리는 있었다. 그래도 SK는 포기하지 않았다. 8회 박재상의 솔로홈런, 김성현의 3타점 싹쓸이 적시타, 박진만의 적시타로 1점차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기세가 오른 SK는 9회 한동민의 솔로홈런으로 기어이 동점을 만든 뒤 김성현의 끝내기 안타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당시 중계진의 말대로 “만화 같은” 일이었다.
▲ 삼성의 뒷심, 이틀 연속 끝내기 홈런
6월 7일~8일 두산 vs 삼성(대구구장)
끝내기라는 기록 자체가 아주 드문 일은 아니지만 끝내기 홈런의 가능성은 예나 지금이나 높지 않다. 여기에 이틀 연속, 그리고 이틀 연속 같은 투수를 상대로 한 끝내기 홈런은 프로야구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삼성이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그랬다.
삼성은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2-2로 팽팽히 맞선 9회 채태인이 두산 마무리 홍상삼을 상대로 중월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그런데 이 환호는 하루 뒤 또 한 번 터져나왔다. 8일 경기에서도 1-1로 맞선 채 연장 10회말 공격에 나선 삼성은 박한이가 다시 한 번 홍상삼을 상대로 좌월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팬들에게 이틀 연속 짜릿한 승리를 선사했다. 반면 홍상삼과 두산으로서는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었다.
▲ 이승엽, 프로야구 역사를 다시 쓰다
6월 20일 삼성 5-2 SK(문학구장)
경기 자체는 특별한 것이 없었지만 이승엽(삼성)의 352호 홈런이 터진 경기였다. 말 그대로 한국프로야구 역사를 바꾸는 장면이 펼쳐진 경기였다. 이승엽은 1-1로 맞선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SK 선발 윤희상을 상대로 좌중간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터뜨리며 양준혁 현 SBS 해설위원이 가지고 있었던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뛰어넘었다. ‘국만타자’ 이승엽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 적토마 대기록에 찬물 뿌린 넥센
7월 5일 LG 10-12 넥센(목동구장)
올 시즌 경기장 안팎에서 주장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이병규(LG)가 대기록을 쓴 날이었다. 이병규는 1회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 3회 타석에서는 우월 홈런, 5회 타석에서는 2루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7회 2사 1루에서는 넥센 이보근의 초구를 때려 좌중간으로 타구를 날렸다. 넥센 중견수 이택근이 다이빙캐치를 시도했으나 공을 뒤로 흘리며 이병규가 3루까지 내달렸다. 역대 15번째, 그리고 최고령 사이클링히트의 완성이었다.
그러나 이에 샘이 났을까. 넥센은 축제 분위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7-9로 따라간 8회 1사 1루에서 박병호가 극적인 동점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후 넥센은 ‘삼중도루’라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까지 성공시키며 결국 12-10으로 이겼다. 넥센은 포수 자원을 이전에 모두 소진한 까닭에 이성열이 실로 오래간만에 포수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양팀 통틀어 43명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 KIA 불펜, 5시간 28분 승부 만들다
7월 16일 한화 8-3 KIA(광주구장)
KIA는 올 시즌 자주 명승부의 희생양이 되곤 했다. 이 조건이 되는 ‘극적인 막판 상황’을 불펜이 자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7월 16일 광주경기도 그랬다. 3-2로 앞선 KIA는 9회 새 마무리 송은범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송은범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사 1루에서 고동진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KIA는 연장 12회 한화에 대거 5점을 내주며 3-8로 졌고 이날 경기 시간(5시간 28분)은 올 시즌 한 경기 최장시간으로 기록됐다. KIA팬들에게는 또 한 번 씁쓸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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