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결산] 돌풍과 몰락, 9개팀 감독 엇갈린 희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7.18 06: 16

2013 프로야구가 전반기를 마쳤다. 9개팀 감독들의 희비도 엇갈리기 시작했다. 강력한 돌풍을 일으키며 웃는 감독들이 있는가 하면 기대이하 성적으로 고개 숙인 사령탑들도 있다. 
▲ 염경엽 초보 감독 돌풍, 김응룡 명장의 몰락
전반기 가장 주목받은 사령탑은 넥센 염경엽 감독이었다. 지난해 내부 승진을 통해 넥센의 지휘봉을 잡은 염 감독은 현역 시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무명의 선수라는 점과 감독 경험이 일천한 초보라는 점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하지만 준비된 감독에게 우려를 씻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무한경쟁 대신 주전-비주전에게 맡은 바 임무를 할당했고, 상황 및 역할에 맞추는 메뉴얼 야구로 넥센을 전반기를 3위에 올려놓았다. 

반면 최고령 사령탑으로 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한화 김응룡 감독은 야구인생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 경력의 명장이었지만 8년의 공백과 달라진 현대 야구 흐름을 따라가는데 벅찬 모습이다. 한화는 전반기 3할(0.301) 승률에 겨우 턱걸이하며 신생팀 NC에도 무려 6경기 뒤진 최하위로 마감했다. 당초 강력한 리빌딩을 기대했으나 개막 13연패부터 꼬이더니 무리한 선수운용으로 자충수를 두며 세월무상을 실감케 했다. 
올해 새롭게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시진 감독은 전반기를 6위로 마치며 후반기 도약을 노리게 됐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전력이 약화된 롯데를 맡아 시즌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2군 출신의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경쟁 체제를 불러일으켰다. 김대우·정훈·신본기·김문호·이승화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그러나 최다 블론세이브(12개)에서 나타나듯 불펜 운용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정대현과 김사율을 너무 중용했다는 지적이다. 본격 순위 싸움이 될 후반기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 김기태 돌풍, 선동렬·김진욱은 롤러코스터
2년차 감독들 중에서는 LG 김기태 감독이 최고의 성적으로 주가를 한껏 높였다. 지난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올해도 4강전력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받은 LG였지만 전반기를 1위 삼성에 반경기 뒤진 2위로 마치는 기염을 토했다. '김기태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한 성적이었다. 선수들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며 확실하게 선수장악에 성공한 김 감독은 신정락·문선재·김용의 등 신예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며 기존의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반면 KIA에서 2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동렬 감독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같은 전반기를 보냈다. 연승과 추락을 반복하며 종 잡을 수 없는 전반기가 되고 말았다. 4월을 1위로 시작했으나 전반기 순위는 5위. 삼성 시절 강력한 불펜을 앞세워 '지키는 야구' 팀컬러를 확고히 했던 선 감독이지만 KIA에서는 2년째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5.18은 9개팀 중 8위. 앤서니·송은범 등 마무리 카드가 실패했다. 후반기 순위 싸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두산 김진욱 감독도 비교적 힘겨운 전반기를 치렀다. 시즌 전 스스로 2위 전력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김 감독이었지만 믿는 구석이었던 선발진의 붕괴로 마운드 운용이 꼬였다. 두자릿수 실점 패배가 6번이나 있었고, 역대 최다 10점차 역전패를 당하기도 했다. 두터운 야수층을 활용해 여러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지만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낳았다. 전반기 한 때 6~7위로 떨어지며 위기에 봉착했지만, 막판부터 살아나며 4위로 마치는데 성공했다. 후반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 류중일·김경문 장기집권 체제, 이만수 체제는?
삼성 류중일 감독은 장기집권 체제를 확고히 하기 시작했다. 지난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류 감독은 올해도 전반기를 1위로 마치며 3연패를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여전히 추격권에 있지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야구로 뚝심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로 3년 계약기간이 끝나는 류 감독이지만 투수들을 혹사시키지 않는 마운드 운용과 신구 조화를 이룬 선수단 장악으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모습. 최형우·배영섭·채태인·차우찬에 이어 이승엽까지 부진했던 선수들을 어떻게든 살려내는 것도 강점이다. 
김경문 감독도 신생팀 NC를 궤도에 올려놓으며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2군에서 어린 선수들을 1년간 담금질한 김 감독은 기대이상 돌풍으로 1군 형님들과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전력을 만들었다. 전반기를 9위 한화에 6경기차 앞선 8위로 마쳤다. 김 감독 타팀의 숨은 진주를 발굴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등 특유의 선수 보는 안목과 경쟁 유도로 신생팀다운 활력과 패기를 자랑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NC에서 장기집권 체제가 가능하다. 
반면 올해로 정식감독 2년째이자 감독대행 포함 3년째 SK를 지휘하고 있는 이만수 감독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SK는 전반기를 7위로 마쳤다. 6위 롯데와도 3.5경기가 뒤져있어 후반기에도 순위 싸움이 쉽지 않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팀답지 않게 투타에서 전력이 많이 무너졌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 공백도 크지만 이만수 감독의 위기대처능력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투수 조조 레이예스 기용법과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상현의 부진이 이 감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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