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결산] ‘토종 에이스 어디갔어’, 外人 전성시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7.18 06: 17

투구 이닝 1위부터 8위까지 모두 외국인 투수들이 자리를 점령했다. 탈삼진 부문도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외국인 투수들. 선발 투수 누적 수치 부문은 모두 외국인 투수들이 점령 중. 류현진(LA 다저스)이 떠난 올 시즌 국내파 에이스보다 외국인 선발 투수들의 위력이 좀 더 강렬하다.
9개 구단이 2013시즌 전반기 일정을 모두 소화한 가운데 투수 부문 순위를 보면 선발 투수 부문 누적 수치에서 확실히 두각을 나타낸 국내 투수들이 많지 않다. 다승 부문 공동 2위인 양현종(KIA, 9승)과 공동 4위 장원삼(삼성, 8승)이 그나마 자존심을 지키는 가운데 1위 더스틴 니퍼트(두산, 10승), 공동 2위 쉐인 유먼(롯데, 9승), 공동 4위 크리스 세든(SK, 8승)과 헨리 소사(KIA, 8승)이 상위 5걸을 차지하고 있다.
이닝과 탈삼진 부문을 보면 양극화 현상은 심화된다. 118이닝을 소화하며 9개 구단 전체 투수 중 가장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레다메스 리즈(LG)에 이어 8위 브랜든 나이트(넥센, 104⅓이닝)까지 모두 외국인 선발 투수들이다. 9위인 노경은(두산, 103이닝)이 국내 선발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기록했다.

탈삼진 부문 1위도 바로 리즈. 리즈는 11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3년차 시즌 좀 더 위력을 비추고 있으며 또 다른 광속 투수 데니 바티스타(한화)가 107개로 2위에 올라있다. ‘야구하는 호주형’ 크리스 옥스프링(롯데, 98개), 세든(96개)이 뒤를 이었고 노경은이 그나마 93개의 탈삼진으로 상위 5걸 안에 이름을 올리며 체면치레를 했다.
일단 류현진이 빠져나간 자리를 누군가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 류현진의 텃밭이던 이닝-탈삼진 부문에서 기존 1위 경력자들인 윤석민(KIA), 김광현(SK)이 그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둘 모두 시즌 전 부상으로 인해 시작이 늦었고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아직 제대로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이들은 리그와 대표팀의 간판 에이스로서 국제무대에서도 대단한 위력을 비췄다. 그러나 윤석민과 김광현이 부상과 슬럼프로 신음하고 좋은 내구력을 자랑하던 류현진마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전도유망한 완투형 에이스가 올 시즌에는 확실히 보이지 않는다. 계투 분업의 심화를 이유로 들기는 뭔가 석연치 않다. 한 마디로 국내파 에이스의 경기 지배력이 크게 떨어졌다.
9개 구단 19명의 외국인들이 모두 투수라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20세이브를 올린 2년차 외국인 우완 앤서니 르루(KIA)는 안정감이 떨어지는 바람에 현재 2군에서 선발 복귀 수순을 밟고 있다. 따라서 후반기에는 19명의 투수가 모두 선발로 기용될 전망이다. 신생팀 NC의 경우는 세 명의 외국인 투수를 모두 선발 요원으로 뽑았다.
그리고 릭 밴덴헐크와 아네우리 로드리게스가 부상 및 슬럼프로 간판이 되지 못한 삼성을 제외하면 대체로 시즌 승부처가 될 경기에 국내 선발 투수가 아닌 외국인 투수를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셋업맨 안지만-마무리 오승환 막강 승리 카드를 갖춘 삼성은 선발 투수에게 경기를 최대한 맡기기보다 효과적으로 이기기 위해 그대로 바통을 넘기는 전략을 쓴다.
시즌 초반 특급 투수의 면모를 비췄던 조조 레이예스(SK)의 경우는 일반적인 로테이션보다 하루를 더 당겨 출격하는 경우도 많았고 홀수 구단 체제에서 확실한 국내파 에이스가 아니면 외국인 투수가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체로 의존도가 높아진 외국인 선발 투수들의 이닝수가 자연스럽게 더 많아졌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래 지난 15시즌 동안 시행 착오를 겪고 리그 수준 격상 현상을 느끼면서 각 구단은 공수주를 모두 갖춘 거포형 타자가 아닌 이상 팀 성적에 대단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2011시즌 한화 카림 가르시아, 넥센 코리 알드리지를 끝으로 2시즌 째 외국인 투수 만이 속속 한국 땅을 밟고 있고 그나마도 대부분 선발 투수다.
지난해 35세이브를 올린 스캇 프록터(전 두산)가 재계약에 실패했고 앤서니마저 마무리 부적격 판정을 받으며 이제는 외국인 투수 전원 선발 시대가 되었다. 16일 대나 이브랜드(한화), 17일 에릭 해커(NC)처럼 로테이션 상 손이 비는 투수가 계투로 갑자기 투입되는 현상도 나오고 있다. 감독들은 국내 선발 투수에게 경기를 온전히 맡기기보다 끊어가는 전략이 잦아졌고 오히려 외국인 선발 투수들에게 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게 한다. 좋게 보면 혹사에서의 보호지만 나쁘게 보면 그만큼 국내파 선발 투수들은 제 가치를 올리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파 에이스가 점차 자취를 감추는 현상을 단순히 일회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당장 국내 야구팬에게 어필하는 매력이 떨어지고 팬이 느끼는 자긍심도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완투형 에이스가 리그를 대표한다’라는 인식이 사라지면 이는 결국 리그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국내파 완투형 특급 에이스가 사라지고 외국인 이닝이터들이 득세하는 현상이 더욱 길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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