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일 무승’ 윤희상, 무엇이 문제였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18 06: 51

지난해 SK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던 ‘뉴 에이스’ 윤희상(28)이 기나긴 무승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전반기를 마감했다. 1년 사이에 돌변한 성적에 해석도 분분하다.
지난해 10승을 올리며 화려하게 꽃을 피운 윤희상은 14경기에서 3승4패 평균자책점 4.85라는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물론 승수와는 지독하게 인연이 없기도 했다. 선발 12경기에서 절반이 넘는 7경기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3승에 그쳤다. 지난 4월 26일 문학 한화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83일 동안 승리를 맛보지 못하기도 했다.
이처럼 단순한 불운으로 치부한다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문제는 구위도 예년만 못하다는 점이다. 윤희상의 평균자책점은 지난해(3.36)보다 훨씬 높다. 피홈런이 많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63⅓이닝에서 10개의 홈런만을 허용한 윤희상이었지만 올해는 78이닝 만에 같은 수의 홈런을 맞았다.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물론 시즌 전 상황이 좋지는 않았다. 전지훈련 중 오른쪽 팔뚝에 타구를 맞아 부상자 신세가 됐다. 여기에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이 겹치며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첫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던 윤희상이다. 당시 “아직 작년만한 구위는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올라올 것”이라는 주위의 평가가 뒤집어졌다. 결국 들쭉날쭉한 등판 일정이 윤희상의 컨디션 상승세를 막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희상은 올해 유난히 비와의 악연이 많았다. 선발로 예고된 날에 세 번이나 비로 경기가 밀렸다. 이 자체만으로도 컨디션 유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아예 로테이션을 건너뛰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SK는 올 시즌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와 크리스 세든을 최대한 활용했다. 두 선수는 모두 18경기씩 선발로 나섰다. 이에 비해 김광현은 13경기, 윤희상은 12경기였다. 시즌 출발이 그렇게 늦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도드라진다. 휴식기 이후 외국인 투수를 선호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선발투수들은 사이클이 있다. 휴식일 별로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 불펜 투구 등 돌아가는 주기가 있는데 비로 경기가 밀리면 밸런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감각에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선발 로테이션을 아예 건너뛰면 힘이 비축될 것도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이 위원은 “힘을 쓰고 다시 힘을 채우는 과정도 중요하다. 경험이 부족한 투수들은 애를 먹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희상의 경우는 이런 두 케이스에 모두 해당된다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두 차례의 불펜 등판도 썩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6월 16일 광주 KIA전에서는 2이닝 3실점, 7월 17일 문학 넥센전에서는 ⅔이닝 2실점이었다.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한 등판이 오히려 독이 됐다. 그러다보니 실타래는 더 꼬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선발 등판이 무산될 경우 심리적으로도 기분이 썩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만수 SK 감독도 윤희상에 대한 미안함은 드러냈다. 이 감독은 “나도 투수들이 속상해 하는 것은 안다. 성준 투수코치도 이런 점을 건의하더라”라고 했다. 사실 비로 경기가 계속 밀리지 않았다면 없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일단 선수보다는 팀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생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17일 선발로 윤희상보다는 넥센에 강했던 크리스 세든을 출격시킨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은 맥락이다.
결국 벤치의 치밀한 계산과 구위를 되찾기 위한 윤희상 스스로의 노력이 합쳐져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윤희상이 제 모습을 찾아야 SK가 후반기 대반격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반기 많이 던진 레이예스와 세든은 점차 구위가 떨어지고 있다. 이들의 몫을 대신할 마운드의 기둥이 반드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김광현과 윤희상이 그 중책을 짊어질 가능성이 높다. 윤희상의 후반기 모습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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